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아칸소의 스맥오버 리튬과 10년간 배터리급 탄산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연 8000톤, 언론 추산 15억 달러 규모). 남미에서 캐 중국에서 가공하던 기존 경로를 우회해 미국 현지 리튬을 확보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 압박과 LFP·ESS 수요 확대에 선제 대응한 움직임이다. 삼성SDI·SK온 등 경쟁사의 원료 확보 경쟁이 뒤따를 수 있어, 배터리 소재의 탈중국·현지화가 얼마나 확산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아칸소의 리튬 개발사 스맥오버 리튬과 배터리급 탄산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기간은 10년, 물량은 연간 8000톤이다. 계약 금액은 공식 발표에 담기지 않았지만, 국내외 언론은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스맥오버 리튬은 캐나다 스탠더드 리튬과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가 함께 세운 합작사다. 아칸소 남서부 지층에서 직접리튬추출(DLE) 방식으로 리튬을 뽑아낸다. 소금호수 물을 오래 증발시키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지하수에서 리튬을 곧바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미국이 자국 내 리튬 생산을 늘리려 할 때 주목하는 기술이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 공급은 2029년부터 시작된다.

Magda Ehlers
지금 미국에서 쓰는 리튬은 상당수가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 채굴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채굴한 원광이 중국을 거쳐 가공된 뒤 미국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 미중 갈등이 공급망 전반으로 번지면서, 이 경로 자체가 리스크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배터리·반도체 핵심 광물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미국 안에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해결하라고 압박해 왔다. LG엔솔의 이번 계약은 그 흐름에 앞서 움직인 성격이 짙다. 남미에서 캐 중국에서 가공하던 리튬을, 미국 땅에서 캐고 정제한 물량으로 대체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공급받는 리튬의 용도가 이 계약의 결을 설명해 준다. 탄산리튬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재료다. LFP는 값이 싸고 안정적이어서 ESS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그동안 이 영역은 중국 업체가 사실상 주도해 왔다.
미국 내 ESS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LG엔솔은 이미 미국에 7개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원료까지 현지에서 확보하면 채굴부터 생산까지 미국 안에서 도는 통합 공급망이 완성된다. 원료를 어디서 들여오느냐에 따라 보조금과 관세가 갈리는 시장에서, 현지 조달은 단순한 안정성 확보를 넘어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연 8000톤이 당장 회사 전체 수요를 채우는 규모는 아니다. 다만 미국에서 생산·정제된 물량을 10년 단위로 못 박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원료값이 출렁이고 조달 경로가 정치 상황에 흔들리는 국면에서, 정해진 가격과 물량을 장기간 확보해 두는 것은 그 자체가 리스크 관리다.
이런 원자재 장기계약은 한 회사만의 이야기로 끝나기 어렵다. 미국 시장이 친서방 원료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수록, 안정적인 물량을 먼저 확보한 쪽이 유리해진다. 삼성SDI, SK온 같은 국내 경쟁사도 비슷한 방식의 원료 확보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
다만 계약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급 개시가 2029년이라는 점, 계약 금액과 세부 조건이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은 점은 그대로 남는 변수다. 지금 단계에서 읽어야 할 신호는 실적 자체가 아니라 방향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원료 조달이 '탈중국·미국 현지화'로 얼마나 빠르게 옮겨가는지, 그리고 그 경쟁에 누가 언제 뛰어드는지가 앞으로 확인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