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10월 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한 척이 발사체에 피격됐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불법 항로 통항 선박을 해협 밖에서도 추적·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이 길목이 흔들리면, 중동산 원유의 95% 이상을 이 해협으로 들여오는 한국은 유가와 물가로 직접 영향을 받는다. 국제유가 추이, 정부의 원유 도입처 다변화와 비축일수, 추가 피격이나 봉쇄 움직임을 지켜보면 리스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현지시간 10월 9일 오후 2시께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이던 선박 한 척이 발사체에 맞았다고 밝혔다. 피격 지점은 아랍에미리트 알자지라에서 서쪽으로 약 24km 떨어진 해상이었고, 불은 진화됐다. 선박의 피해 규모와 승선원 안전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카타르 인근에서 유조선이 공격받은 지 사흘 만의 두 번째 피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신들이 LPG 운반선 한 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배가 UKMTO가 발표한 피격 선박과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로 확인된 것은 '선박 한 척이 피격돼 불이 났다'는 정도이고, 공격 주체와 대상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아직 이란 측 주장에 머물러 있다.

Erik Mclean
호르무즈가 중요한 이유는 숫자에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집계로 2024년 이 해협을 지난 원유는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바다로 오가는 석유만 보면 네 배럴 중 한 배럴꼴이다. 좁은 해상 통로 하나에 세계 에너지가 얹혀 있는 셈이다.
대체로가 없는 것도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갖고 있지만, 쿠웨이트와 카타르, 바레인은 사실상 다른 길이 없다. 그래서 이 길목에서 사고가 반복되면 통행 자체가 위축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규정을 어긴 선박에 대한 대응이 호르무즈 해협 안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승인 없이 통항하는 배는 역내 어디서든 추적해 처벌하고, 위반한 선사의 다른 배에도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의 무게는 문구 자체보다 그것이 바꾸는 행동에 있다. 이란이 통항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신호가 되면, 선사는 운항을 늦추거나 돌아가고 전쟁위험 보험료는 오른다. 실제로 2026년 2월 이후 이 해협의 유조선 통행량은 충돌 전 하루 1500만 배럴대에서 900만 배럴대로 떨어졌다. 배가 덜 다니면 공급이 줄고, 공급 불안은 곧 가격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이 길목에 특히 민감하다. 2025년 한국이 들여온 원유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69.1%였고, 전년(71.5%)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 그리고 이 중동산 원유의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이 통로가 막히면 수입의 상당 부분이 한꺼번에 흔들린다는 뜻이다.
경로는 단순하다. 공급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몇 주 뒤 주유소 휘발유값과 난방비, 그리고 석유를 원료로 쓰는 공산품 가격까지 차례로 밀려 올라간다. 다만 충격을 바로 흡수할 완충도 있다. 정부는 약 7개월치 원유를 비축해 두고 있고, 2026년 들어 미국과 아프리카 등으로 도입처를 넓혀 중동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는 중이다.
이번 사건 하나로 한국 기름값이 곧장 뛴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향을 가늠하려면 몇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단발성 피격과 통로 봉쇄는 영향의 크기가 다르다. 지금 단계에서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에너지 공급이 여전히 이 좁은 해협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