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함정과 핵잠수함 모듈을 만드는 오스탈USA를 최대 12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예비 제안을 냈고, 오스탈 이사회는 4주 실사를 허용했다. 2024년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은 두 번째 미국 조선 거점 시도로, 신조 함정을 넘어 버지니아·컬럼비아급 핵잠수함 공급망까지 발을 들이려는 포석이다. 다만 구속력 없는 제안인 데다 CFIUS 등 미국 당국 승인이 남아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한화디펜스USA가 미국 조선사 오스탈USA의 지분 100%를 최대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사들이겠다는 예비 제안을 냈다. 오스탈 이사회는 이 제안이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 4주간의 실사를 허용했다. 다만 구속력이 없는 조건부 제안이어서 거래가 실제로 성사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안 가격은 현금·부채를 제외한 기준으로 10억5000만~12억달러 범위다. 오스탈은 이번 회계 기간에 7973만달러의 손실을 신고한 상태였다. 실적이 꺾인 회사에 한화가 조 단위 베팅을 한 셈인데, 그 이유는 오스탈이 무엇을 만드는지를 보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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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탈USA는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LCS)과 원정고속수송함을 건조해 왔다. 해안경비대 커터와 보조함도 만들고, 샌디에이고에서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한다. 미국 안에서 직접 배를 짓고 고치는 실적을 이미 갖춘 조선소라는 뜻이다.
핵심은 여기에 하나 더 붙는다. 오스탈USA는 핵추진잠수함에 들어가는 모듈을 제작해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자회사 일렉트릭보트에 공급한다. 이 모듈은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과 컬럼비아급 전략 핵잠수함을 짓는 데 쓰인다.
한화가 이번 인수에서 노리는 지점이 바로 이 잠수함 모듈 부문이다. 회사 전체는 적자를 냈지만, 오스탈은 잠수함 관련 사업만큼은 수익성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잠수함 건조 능력을 늘리려 애쓰는 지금, 그 공급망에 발을 들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국 기업이 미국 핵잠수함 사업의 문턱을 직접 넘는 일은 흔치 않다. 신조 함정 수주라는 눈앞의 사업보다, 잠수함 공급망 진입이라는 장기 포석이 이번 제안의 무게 중심에 가깝다.
이번이 한화의 첫 미국 조선 베팅은 아니다. 한화는 2024년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했고, 그해 12월 20일 절차를 최종 마무리했다. 한화시스템이 지분 60%, 한화오션이 40%를 나눠 가졌고, 한국 조선사가 미국 조선업에 진입한 첫 사례가 됐다.
필리조선소가 미국 내 생산 거점의 시작이었다면, 오스탈USA는 그 거점을 군함과 잠수함 쪽으로 확장하는 두 번째 발이다. 미국 내에서 건조·수리해야 미 해군·해안경비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규제 환경에서, 미국 조선소를 손에 쥐는 것은 시장 진입의 전제 조건에 가깝다.
성사까지의 길에는 관문이 남아 있다. 이번 제안은 어디까지나 구속력 없는 예비 제안이고, 4주 실사와 본계약 협상을 거쳐야 한다. 오스탈 이사회도 거래가 반드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규제 승인도 통과해야 한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국방방첩보안국(DCSA) 심사, 반독점 심사가 걸려 있다. 방산·안보와 직결된 자산인 만큼 외국 기업의 인수를 보는 당국의 눈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실사 결과와 이 심사들을 넘어야 비로소 거래의 윤곽이 잡힌다. 그때까지는 '추진'과 '성사'를 구분해서 읽는 편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