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8월 22일 캐나다산 자동차·유제품·주류에 50% 관세를 발효시켰는데, 90여 년 만에 처음 꺼내 든 관세법 338조를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조치는 잘 쓰지 않던 법 조항을 확장하고 전략 산업을 겨냥하되 자국에 필요한 재화는 예외로 두는, 올해 반복된 관세 패턴의 한 장면이다. 이 패턴을 알면 다음 표적으로 거론되는 의약품과 반도체의 발효 일정을 미리 확인해 둘 수 있다.
미국은 8월 22일(현지시각) 캐나다산 수입품 일부에 50%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대상은 자동차 439개, 유제품 52개, 주류 63개 등 약 554개 세부 품목이다. 원래 8월 19일 발효 예정이었지만 협상 여지를 두고 8월 22일로 미뤄졌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8월 21일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대로 시행됐다.
규모를 두고는 셈법이 갈린다. 미국은 약 200억 달러어치라고 밝혔고, 카니 총리는 약 280억 달러 규모라며 "달러당 달러로" 같은 크기의 맞대응을 예고했다. 캐나다 전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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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관세의 진짜 특이점은 50%라는 숫자가 아니라 근거 법조항이다. 미국은 1930년 관세법 338조를 꺼냈는데, 이 조항으로 대통령이 실제 관세를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38조는 1930~40년대 이후 사실상 잠들어 있던 조항으로,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나라에 보복 관세를 물릴 수 있게 한다.
왜 이 조항이 중요한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매길 때마다 서로 다른 법적 무기를 바꿔 들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무기가 늘어난다는 것은 표적이 될 수 있는 나라와 품목의 범위도 그만큼 넓어진다는 뜻이다.
올해 관세를 맞은 나라들을 나란히 놓으면 캐나다 조치가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보인다. 7월 24일에는 강제노동 대응을 명분으로 60개 교역국에 301조 관세(10~12.5%)가 발효됐고, 브라질에는 에탄올 등을 포함해 25% 관세가 매겨졌다. 인도는 품목별 예외 없이 전 품목 25% 정률을 맞았고, EU는 7월 1일 15% 포괄 합의로 방향을 틀되 철강·알루미늄은 50%가 유지됐다.
여기서 공통점 네 가지가 드러난다. 첫째, 338조·301조·232조처럼 평소 잘 쓰지 않던 법 조항을 확장한다. 둘째, 자동차·유제품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전략적인 산업을 골라 때린다. 셋째, 발효 직전 시한을 미뤘다가 협상이 어긋나면 그대로 시행한다. 넷째, 자국이 필요로 하는 재화는 빼준다.
마지막 항목이 다음 표적을 읽는 단서다. 캐나다 관세에서도 에너지, 칼륨비료, 핵심광물은 제외됐다. 미국이 스스로 아쉬운 품목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이며, 반대로 대체 공급처가 있다고 판단하는 산업은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류상 이미 예고된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의약품이다. 4월 2일 서명된 명령은 브랜드 의약품에 최대 100% 관세를 예고했고, 120~180일 유예를 거쳐 8~9월 사이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치는 유럽과 일본을 정면으로 겨냥하되, 인도의 제네릭(복제약)은 대체로 비켜간다.
또 하나는 반도체다. 특정 반도체에 50% 관세가 언급됐는데,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안보상 중요한 산업을 232조로 묶는 방식이다. 여기에 USMCA 재검토를 앞둔 멕시코도 잠재 후보로 오르내린다. 다만 멕시코와 그 시점은 아직 공식 확정 단계가 아니어서 단정하기 이르다.
관세 자체보다 발효 캘린더를 보는 편이 실질적이다. 의약품 232조가 8~9월 중 실제로 시행되는지, 반도체 관세의 대상 품목과 세율이 어떻게 확정되는지가 다음 분기 무역 흐름을 좌우한다. 특히 유럽·일본산 의약품과 반도체 공급망은 한국 기업과도 얽혀 있어, 표적 국가 명단보다 '어떤 산업이 예외에서 빠지는가'를 지켜보는 것이 더 정확한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