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월 23일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보냈다고 공개하면서, 비공개로 처리하기로 했던 합의가 깨져 외교 마찰로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개가 타당했다며 유감을 나타냈고 국민의힘은 공개가 맞다고 맞서, 신변안전을 위한 신중함이냐 감출 이유 없는 성과냐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포로의 구체적 신병 처리는 정부가 확인하지 않고 있어, 향후 한·우크라이나 조율 방식과 북한·러시아 반응을 확정된 사실과 구분해 지켜봐야 한다.
문제의 발단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그는 9월 23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원래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비공개로 처리하기로 했던 사안이 국제 무대에서 공개되면서 외교적 마찰로 번졌다.
한국 정부는 이 발언을 공식적으로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가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등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하면서, 사실상 송환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이 문제를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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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송환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러시아를 도와 참전한 북한군 가운데 일부다.
두 사람은 이후 언론 인터뷰와 탈북민 단체에 전달한 편지를 통해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은 단순한 신병 처리 문제가 아니다.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 북한과 러시아의 반발, 향후 비슷한 사례 처리 방식까지 걸린 사안이라, 정부가 "예민하다"고 표현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젤렌스키의 공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유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고 지적하며, 북한 포로 송환이 "외교·안보·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개로 생길 여러 문제를 생각하면 비공개가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비공개 방침을 비판한 야권을 향해서는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신변 보호와 국익이 성과 홍보보다 우선이라는 논리다.
반면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북한 포로 국내 송환은 시기의 문제만 있을 뿐 공개하는 게 맞다"며 정부가 북한 정권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사실을 두고 한쪽은 신변안전을 위한 신중함으로, 다른 쪽은 감출 이유 없는 성과로 본 셈이다.
여기서 두 나라의 이해가 엇갈린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북한군의 참전과 그 포로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러시아·북한을 겨냥한 외교 카드다. 실제로 외신은 우크라이나의 공개가 북한의 전쟁 개입을 부각해 선전전에서 북한을 곤경에 빠뜨린다고 봤다.
반대로 한국은 포로 본인과 가족의 안전, 그리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관리가 우선이다. 같은 사건이 한쪽에는 알릴 만한 성과이고, 다른 쪽에는 조용히 다뤄야 할 안보 현안이라는 것이 이번 마찰의 핵심이다.
당장은 한·우크라이나 관계가 이번 일로 크게 흔들릴지 아니면 조용히 봉합될지가 관건이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유감까지 밝힌 만큼, 향후 비슷한 포로가 더 나올 경우 공개 여부와 절차를 어떻게 사전에 조율하느냐가 실질적인 시험대가 된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 사안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변수다. 다만 포로 2명의 구체적인 신병 처리 상황은 정부가 확인하지 않고 있어, 지금 단계에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발표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