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상선 유조선 피격, 재용선이라 다른 점
8월 31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로켓 3발에 맞은 유조선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는 장금상선 소유지만 재용선 상태여서 운항과 항로는 빌려 쓴 업체가 결정했다. 소유와 운항 책임이 갈리는 재용선 구조는 국적선과 리스크의 성격이 다르다. 국내 선사의 실제 부담은 인명 피해보다 전쟁위험보험료와 운임 급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무슨 일이 있었나
8월 31일 밤 자정 무렵, 호르무즈해협 오만 해안에서 유조선 한 척이 로켓 3발에 피격됐다.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로, 사우디 주아이마항에서 원유 약 200만 배럴을 싣고 나온 배다. 소유주는 국내 해운사 장금상선이지만 선적은 라이베리아이고, 우리 국민은 타고 있지 않았다.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루 전 미군이 이란 라라크섬의 로켓 발사대를 공습한 것과의 연관성이 거론되는 정도다. 배후가 특정되지 않은 만큼, 재발 위험이 남았다는 점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장금상선 배'인데 왜 정부 관리 대상이 아닌가

Mohammed Alim
소유주가 국내 선사인데도 정부는 이 배를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열쇠는 '재용선'이라는 단어에 있다.
재용선은 배의 주인이 그 배를 다른 업체에 다시 빌려준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배가 어느 항로로, 언제 어디를 지날지는 빌려 쓴 업체가 정한다. 세네갈프로스페리티호가 위험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결정도 장금상선이 아니라 재용선 업체 몫이었다. 소유는 국내 선사에 있지만 운항의 통제권과 그에 따른 1차 책임은 빌린 쪽에 있는 구조다.
이 점이 국적선과 갈린다. 태극기를 단 국적선은 정부의 보호·관리 대상이고, 유사시 호송이나 대피 지원의 우선순위에 든다. 반면 편의치적선을 재용선으로 굴리는 경우, 소유주가 한국 기업이어도 국가의 직접 보호망 바깥에 놓이기 쉽다. 이번처럼 우리 국민이 승선하지 않았다면 정부가 개입할 근거도 옅어진다.
국내 선사가 택할 수 있는 대응
선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지만 분명하다. 첫째는 항로다. 호르무즈 통항을 미루거나, 대체 공급선이 있는 화물은 우회 경로를 검토한다. 둘째는 시점 조정이다. 군사적 긴장이 정점일 때 통항을 피하고 창이 열릴 때 지나는 식이다.
다만 호르무즈는 대체가 어려운 길목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중동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배라면 항로를 통째로 바꾸기 어렵고, 결국 위험을 안고 지나면서 비용으로 방어하는 선택이 남는다.
진짜 부담은 보험료와 운임에서
이번 사건이 국내 선사에 미치는 실제 무게는 인명이 아니라 돈에서 드러난다. 호르무즈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가장 먼저 뛰는 것이 전쟁위험보험료다.
앞선 긴장 국면의 사례를 보면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평소 선박 가치의 0.125~0.2% 수준이던 통항 보험료율이 최대 3~5%까지 올랐고, 1억달러짜리 초대형 유조선의 페르시아만 1회 운항 보험료는 25만달러에서 200만~300만달러로 8~12배 뛴 적이 있다. 사우디에서 중국으로 가는 배의 하루 운임이 65만달러를 넘겨 1년 전의 10배가 된 사례도 있었다. 다만 이 수치들은 과거 국면의 것으로, 이번 피격 이후의 확정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부담은 선사 규모에 따라 갈린다. 대형 선사는 오른 비용을 전쟁위험할증료 명목으로 운임에 얹어 화주에게 넘길 협상력이 있다. 반면 중소 선사는 할증료를 요구하다 거래처를 잃을 수 있어 비용을 떠안기 쉽다. 국제유가가 브렌트 기준 배럴당 90달러대로 다시 올라선 지금,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