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의 사우디 해상 봉쇄로 홍해와 걸프에서 유조선 피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집트는 사우디와 협력하고 이란은 중재자를 자처한다. 수에즈 수입과 안보가 걸린 이집트, 후티의 후원자이자 미국의 책임론을 피하려는 이란이 각자의 이해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집트의 실제 파병 여부와 이란의 휴전 수용, 수에즈 우회 물량과 유가 흐름을 지켜보면 상황의 방향이 보인다.

사우디를 겨냥한 유조선 피격이 7월부터 끊이지 않는다. 예멘 후티 반군은 7월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뒤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들을 잇따라 공격했고, 8월 초에는 봉쇄 이후 여덟 번째 선박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공격 범위가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쪽으로도 번졌다. 10월 11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이 발사체에 맞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사건을 두고 주변국 반응은 엇갈린다. 이집트는 사우디와 협력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이란은 중재자를 자처한다. 왜 다를까. 두 나라가 이 분쟁에서 갖는 이해관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Shrouk Ahmed
이집트의 핵심 자산은 수에즈 운하다. 홍해 항로가 위험해지면 바브엘만데브를 지나던 배들이 뱃머리를 돌리고, 통항료 수입이 걸린 수에즈의 지위도 흔들린다. 반대로 사우디가 홍해 대신 수에즈와 수메드 송유관으로 원유를 돌리면서 이집트를 지나는 물량은 오히려 늘었다. 케이플러 집계로 8월 수메드 송유관 원유 수송량은 하루 190만 배럴을 넘어, 6월(65만 배럴 미만)의 세 배 수준이 됐다.
사우디도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카이로에서 시시 대통령을 만나 "후티의 위협은 수에즈를 가진 이집트의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는 논리로 지원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뒤 두 나라는 홍해 항행의 자유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성명을 냈다. 다만 이집트가 성명을 넘어 실제 군사 개입까지 나설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후티의 오랜 후원자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중재 쪽에 선다. 이란 당국자는 중재국들로부터 열흘짜리 휴전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고, 파키스탄이 중재국으로 거론됐다.
여기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홍해 분쟁의 책임을 이란에 묻겠다고 공언해 왔다. 직접 당사자로 비치면 제재와 군사 압박의 표적이 되지만, 중재자로 서면 책임론을 피하면서도 후티라는 지렛대는 그대로 쥘 수 있다. 호르무즈를 둘러싼 긴장의 한 축이 이란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중재 발언과 실제 위치 사이의 간극이 보인다.
이집트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크고 사우디와 이해가 겹쳐 지원 쪽으로 기운다. 이란은 분쟁의 한 당사자이자 후티의 후원자여서, 전면에 나서기보다 중재자 자리로 위험을 관리한다. 같은 사건을 보는 셈법이 다르니 발언도 갈린다. 발언의 온도차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손익 계산의 결과에 가깝다.
이 갈등은 바다 위 물류로 곧장 번진다. 후티 봉쇄 경고가 나온 직후 하루 사이 선박 6척이 회항했고, 한국으로 오던 유조선도 바브엘만데브 대신 수에즈 운하를 택했다. 수에즈로 우회하면 운항 기간이 최대 4주까지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대체로다. 이란의 호르무즈 압박 때문에 사우디가 홍해로 원유를 돌렸는데, 그 홍해마저 조이면 사우디 원유가 빠져나갈 통로가 좁아진다. 두 길이 동시에 막히는 구조라 유가는 위로 눌리는 압력을 받는다. 다만 실제 유가는 재고와 수요 등 다른 변수도 함께 움직이므로, 피격 뉴스 하나로 방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상황을 따라갈 때 볼 지점은 이렇게 정리된다.
말이 아니라 움직임을 보면 된다. 파병, 휴전 서명, 운임 지표처럼 행동으로 드러나는 신호가 발언보다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