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외환보유액이 4405억6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7억2000만 달러 줄며 넉 달 만에 감소했는데, 한국은행은 가장 큰 원인으로 한미전략투자공사에 대한 자산 위탁 등 대미 투자 자금 이동을 꼽았다. 이는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려 달러를 내다 판 2022년의 급감(196억 달러)과 성격이 달라, 보유액 유출이라기보다 투자 목적의 이동에 가깝다. 보유액 감소가 위기 신호인지는 감소 규모와 원인, 절대 수준, 경상수지·단기외채 같은 보조지표를 함께 봐야 하며, 다음 달 발표에서 감소가 일회성인지 추세로 굳는지가 관건이다.

9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405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8월 말보다 17억2000만 달러 줄어 넉 달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보유액이 줄었다는 소식은 보통 환율 불안과 함께 읽히지만, 이번 감소는 결이 다르다. 한국은행이 꼽은 핵심 원인이 대미 투자 자금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전략투자공사에 맡긴 자산 위탁이 컸다. 보도에 따르면 두 기관이 합쳐 24억 달러를 이 기금에 위탁했고, 기금은 이 돈을 미국 측 투자목적법인으로 보내 대미 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쓴다. 나라 밖으로 돈이 샌 것이 아니라, 외환보유액에 있던 자금의 일부가 투자처로 옮겨 간 쪽에 가깝다.

Jonathan Borba
같은 감소라도 2022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 구분 | 2022년 9월 | 2026년 9월 |
|---|---|---|
| 감소폭 | 196억6000만 달러 | 17억2000만 달러 |
| 주된 원인 | 환율 방어용 달러 매도 | 대미 투자 자산 위탁 |
| 성격 | 외환 유출 | 투자 목적 이동 |
2022년 9월에는 한 달 새 196억6000만 달러가 빠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었다. 그때는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이 달러를 내다 팔아 환율을 방어했고, 달러 강세로 유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도 쪼그라들었다. 말 그대로 외환이 빠져나가는 국면이었다. 이번 17억 달러 감소는 규모도 작고 원인도 방어가 아니라 계획된 투자 이동이다. 둘을 같은 신호로 읽으면 오판하기 쉽다.
그렇다면 보유액 감소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다음 순서로 보면 과잉 반응을 줄일 수 있다.
첫째, 규모다. 수십억 달러 안팎의 등락은 운용수익과 환산효과만으로도 흔히 생긴다. 수백억 달러가 한 번에 빠질 때가 경계할 국면이다.
둘째, 원인이다. 환율을 막으려 당국이 달러를 판 결과라면 시장 스트레스 신호에 가깝다. 반면 자산 위탁이나 달러 환산 효과라면 중립적이다. 이번은 후자에 해당한다.
셋째, 절대 수준이다. 4400억 달러대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고 한국은 대외 순채권국이다. 한은도 2022년 당시 순채권국이고 기초체력이 양호하다며 과거 위기와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넷째, 보조지표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어가는지, 단기외채 비율이 안정적인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지를 함께 본다. 보유액 숫자 하나만 떼어 보면 그림이 왜곡된다.
한 달 치 감소로 추세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음 발표가 중요하다.
핵심은 이번 감소가 일회성인지 흐름으로 굳는지다. 대미 투자 자산 위탁은 성격상 특정 시점에 몰리는 일회성에 가깝다. 10월 발표에서 보유액이 다시 늘거나 제자리라면 9월 감소는 이벤트성으로 정리된다. 반대로 감소가 이어지고 그 원인에 외환시장 안정화, 즉 당국의 달러 매도가 등장한다면 그때는 환율 쪽을 의심해야 한다. 유가증권과 예치금이 함께 줄어드는지, 경상수지 흑자 폭이 유지되는지도 같이 볼 지표다.
참고로 한국은행은 8월 말 통계부터 외환보유액의 국제 순위 공개를 중단했다. 순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보유액의 추세와 원인을 보라는 취지로 읽을 수 있는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