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싱가포르 보건부가 발주한 3조원 규모 텐가 종합병원 공사를 단독 수주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이 금액은 지난해 연결 매출 1조8717억원의 약 1.6배로, 설계 포함 63개월에 걸쳐 나눠 매출에 반영되며 원가 관리가 실제 이익의 관건이 된다. 11개사 중 국내사로 유일하게 사전심사를 통과한 결과라 해외 수주 경쟁이 단가에서 기술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3조원짜리 병원 공사를 단독으로 따냈다. 규모가 화제인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 수주액 약 21억5000만달러는 회사의 지난해 연결 매출 1조8717억원을 약 1.6배 웃돈다. 프로젝트 하나가 1년치 매출을 넘어서니, 창사 이래 단일 사업 기준 최대 수주라는 설명이 붙는다.
공사 대상은 싱가포르 보건부(MOH)가 발주한 텐가 종합병원이다. 싱가포르 서부 텐가 지역에 지하 3층~지상 9층, 7개 동, 총 1534병상 규모로 지어진다. 이번 입찰에는 11개사가 뛰어들었고,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쌍용건설만 사전심사(PQ)를 통과해 최종 4개사 경쟁 끝에 계약을 가져왔다. 회사는 "가격이 아닌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병원은 설계와 시공 난도가 높아 아무 회사나 들어가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Jonathan Meyer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3조원이 올해 매출로 한 번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이 공사는 설계 기간을 포함해 63개월, 5년이 넘는 장기 프로젝트다. 건설사의 매출은 대체로 공정이 진행된 만큼 나눠 인식되기 때문에, 3조원은 착공 이후 여러 해에 걸쳐 분산돼 잡힌다.
단순 계산으로도 연 6000억원 안팎의 일감이 5년 이상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643억원으로 3년 연속 흑자를 낸 회사에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번 수주를 더해 수주잔고는 약 9조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다섯 배에 이른다. 한동안 일감 걱정은 덜었다는 얘기다.
다만 장기 공사인 만큼 관건은 남아 있다. 공사가 길수록 자재비와 인건비 변동에 노출되는데, 이 원가를 얼마나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주액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 폭이 달라진다. 수주액이 크다는 사실과 그만큼 남긴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번 수주는 쌍용건설 한 곳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주택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해외로 활로를 찾는 건설사들에게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다.
쌍용건설의 해외 부문 수주는 2022년 약 1121억원에서 지난해 약 9384억원으로 3년 새 여덟 배 넘게 늘었다. 2022년 말 글로벌세아그룹에 편입된 뒤 나타난 흐름이다. 두바이에서도 2023년 이후 6건, 약 1조4000억원을 따냈다. 이번 병원은 그 흐름의 정점에 있고, 단일 프로젝트 규모로는 이전과 자릿수가 다르다. 특히 싱가포르는 발주처 요구 수준이 높아 진입 장벽이 센 시장으로 꼽힌다. 그런 곳에서 가격이 아닌 기술로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가져왔다는 점은, 저가 경쟁에 기대지 않고도 해외에서 수익성 있는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신호다.
물론 한 건의 수주가 국내 건설업 전체의 방향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러나 병원처럼 난도가 높은 분야에서 국내사가 단독으로 3조원 규모를 따냈다는 사실은, 해외 수주 경쟁의 무게 중심이 단가에서 기술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남은 과제는 이 수주를 실제 이익으로 바꿔 내는 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