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이 9월 24일 백악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가 아닌 '반대한다'로 입장을 바꾸라고 공개 압박했다. 단어 하나의 격상이지만 대만 정책의 무게를 바꾸는 요구여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면 대응 대신 동문서답으로 여지를 남겼다. 앞으로는 미국이 표현을 바꾸는지, 미뤄둔 대만 무기 승인과 무역 휴전 연장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지켜보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9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문제를 먼저 꺼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핵심은 '반대'라는 단어에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써왔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건 소극적 중립에 가깝다. 반면 중국이 요구한 '반대한다'는 미국이 대만 독립을 적극적으로 막는 쪽에 서라는 뜻이다. 같은 대만 정책처럼 보여도 외교 문장에서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 표현을 바꾸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해졌다. 그는 "국가 통일과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만을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으로 다시 못 박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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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압박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직접 논의하는 것을 피했다. 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 헬리패드에서 기자들이 대만을 논의했느냐고 묻자, 그는 "우린 훌륭한 회담을 했다"고만 답했다. 대만을 다시 묻자 화강암을 좋아한다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넘겼다.
이 회피는 계산된 것으로 읽힌다. 미국이 표현을 '반대'로 바꾸면 대만 정책의 기존 틀이 흔들리고, 의회와 동맹의 반발을 부른다. 그렇다고 회담장에서 시 주석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절하면 어렵게 잡은 협력 분위기가 깨진다. 즉답을 피한 채 여지를 남기는 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실리적이었다.
주목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양측이 공식 회담 결과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시 주석의 압박 발언을 먼저 공개한 쪽은 중국이었다. 미국이 침묵하고 중국이 앞서 발표하는 구도 자체가 두 나라의 온도차를 보여준다.
대만은 무역과 따로 놀지 않는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11월 만료 예정이던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40억 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를 두고 "아주 좋은 협상 카드"라고 표현했고, 지난 5월에는 최종 승인을 미뤄둔 상태다.
정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은 원칙의 문제라기보다 지렛대에 가깝다. 무기 승인 시점과 무역 협상을 함께 저울에 올려두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미국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실제로 바꾸는지다. 지금까지는 바꿀 조짐이 없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번 요구가 반복될지가 관건이다. 둘째, 미뤄둔 대만 무기 패키지 승인이 언제 어떻게 재개되는지다. 셋째, 2개월 연장된 무역 휴전이 만료될 시점에 대만 문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지다.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면 회담 이후 미중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 두는 게 좋다. 이번에 확인된 것은 시 주석의 요구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피까지다. 미국의 정책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회담장의 압박과 실제 정책 변화는 다른 문제라는 점을 전제로 이후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