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Project Power)이 핵심 축으로 담겼고, 규모는 최대 1200억 달러다. 한국은 APR1400 2기와 AP1000 6기 시공·기자재에서 참여 여지를 갖지만, 실익은 웨스팅하우스 지분과 인허가, 물량 배분에 달려 있다. 발표 방향과 별개로 최종 계약·NRC 절차·지분율이 어떻게 확정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9월 30일 공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미국 본토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계획이다. 두 나라 정부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참여하는 이 사업의 이름은 'Project Power(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다.
규모는 최대 1200억 달러로, 건설비 1000억 달러에 예비비 200억 달러가 붙는다. 8기를 같은 노형으로 짓는 것은 아니다.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를 섞어 짓는 구조다.
노형 구성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대로 실현되면 APR1400은 처음으로 미국 땅에 세워지는 한국형 원전이 된다. 그동안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을 두고 다퉜는데, 기존 합의를 고쳐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 길을 여는 내용이 이번 프레임워크에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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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만 떼어 보면 규모를 오해하기 쉽다. 이번 발표의 큰 틀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다. 여기에 원전 8기, 54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텍사스의 6기가와트급 가스화력발전소가 함께 들어간다. 텍사스 발전소는 2000억 달러 프로그램의 첫 선정 사업으로 꼽힌다.
조선 분야 1500억 달러까지 더하면 전체 전략 투자 규모는 3500억 달러에 이른다. 배경에는 지난해 7월 한미 무역합의와 11월 전략투자 양해각서가 있고, 관세를 15%로 묶는 협상과 맞물려 있다. 원전은 그 큰 거래 안에서 협상의 무게를 키운 카드였던 셈이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짓는 능력에 있다. 정부가 '팀 코리아'로 언급한 참여 후보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두산, 현대건설이다. 두산은 원자로 같은 주기기, 현대건설은 시공, 한수원은 운영과 건설 관리에서 실적을 쌓아 왔다.
AP1000 6기는 웨스팅하우스가 설계를 주도하되 기자재와 시공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고, 한국형인 APR1400 2기에서는 역할이 더 커진다. 설계 원천기술이 아니라 대규모 원전을 공기 안에 짓는 수행 역량이 한국이 내세울 실익이다.
숫자만 보면 다 정해진 듯 보이지만, 실제 실익을 좌우할 항목은 대부분 협상 중이거나 절차가 남아 있다.
발표는 방향을 정한 것일 뿐, 계약과 인허가는 다른 단계다.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 보려면 몇 가지 신호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된다. 양해각서가 구속력 있는 최종 계약으로 넘어가는 시점, APR1400 2기의 부지 확정과 NRC 인허가 진척,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율, 그리고 두산·현대건설이 실제로 따내는 계약 물량이다.
방향은 잡혔지만 실익의 크기는 이 지표들이 채워지는 정도에 달려 있다. 지분과 인허가, 물량 배분이 한국에 유리하게 확정될수록 '참여'는 '수익'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절차가 지연되거나 지분 협상이 어긋나면, 큰 발표에 견줘 손에 쥐는 몫은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