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최대 흑해 곡물 수출항 노보로시스크를 타격해 곡물 터미널 세 곳이 가동을 멈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국제 밀값은 부셸당 6.60달러 위로 다시 뛰었다. 한국은 밀을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므로 흑해 차질이 얼마나 이어지는지와 환율 흐름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8월 12일 밤 우크라이나가 드론과 미사일로 러시아 흑해의 핵심 수출항 노보로시스크를 타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밤사이 드론 502대가 날아왔다고 밝혔다. 항구에서는 곡물 터미널 세 곳이 잇따라 가동을 멈췄다.
멈춘 곳은 델로그룹의 KSK 곡물터미널, OZK그룹의 노보로시스크 제분·곡물플랜트, 데메트라홀딩의 노보로시스크 곡물터미널이다. 러시아 언론 메두자에 따르면 이 세 곳의 연간 처리능력을 합치면 2,610만t으로, 러시아 밀 수출의 절반 이상이 이곳을 거친다.
피해는 설비에 몰렸다. 곡물을 배로 옮기는 적재 갤러리가 무너졌고 사일로와 트럭 하역시설이 부서졌다. 민간 피해도 있었다. 3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으며, 상수도관 두 개가 터져 도시 급수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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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돌발이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고, 그 물량 대부분이 흑해 항구를 거친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두 나라는 서로의 항만과 선박을 겨냥해 왔고, 노보로시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세바스토폴 기지를 압박한 뒤 러시아 흑해함대와 곡물 수출이 함께 몰린 요충지가 됐다.
물량 지표도 위축 쪽을 가리킨다. 러시아의 8월 밀 수출은 근 10년 만의 최저로 예상된다. 러시아 컨설팅사 IKAR는 2026/27년 수출 전망을 50만t 낮춰 4,450만t으로 조정했고, 우크라이나도 곡물 수출 전망을 최대 12% 내렸다. 공급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수출 관문까지 멈춘 셈이다.
그렇다고 값이 한 방향으로만 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타격 직전까지는 러시아산 밀의 약세, 미지근한 국제 수요, 우회 수출 경로 덕분에 흑해 우려가 다소 누그러지며 가격이 부셸당 6.40달러 근처에서 등락했다. 시설이 얼마나 빨리 복구되고 선적이 재개되느냐가 다음 방향을 가른다. 터미널 가동 중단이 며칠짜리 소동에 그치면 값은 되밀릴 수 있고, 몇 주로 길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타격 소식 이후 밀 선물은 부셸당 6.60달러를 넘어서며 한 주 동안 4% 넘게 올랐다. 7월 22일에는 2년 만의 최고치인 7.08달러를 찍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합치면 세계 밀 수출의 약 30%여서, 흑해 뉴스 한 건이 가격을 흔든다.
다만 올해 전체 흐름은 방향이 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국제 곡물 선물가격지수는 2025년 전년보다 3.4% 낮았고 평년보다도 17.8% 낮은 수준이었다. 풍작으로 눌려 있던 값이 최근 흑해 리스크로 반등하는 전환 국면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곡물자급률이 사료를 포함해도 20.9%(2021년)에 그쳐 제분용 밀도, 사료용 밀도 대부분 수입으로 들여온다. 그래서 볼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흑해 차질이 일시적 급등에 그치는지, 아니면 몇 주 이상 이어지는지다. 국제 가격은 곧바로 마트 진열대에 오지 않는다. 밀은 계약과 재고를 거쳐 시차를 두고 국내 제분·사료값에 반영된다. 통로도 둘로 갈린다. 제분용 밀이 오르면 빵·면·과자값으로, 사료용 밀이 오르면 축산 사료비를 거쳐 고기·계란값으로 번진다. 두 통로가 동시에 자극받는지 살피면 체감 시점을 가늠하기 쉽다. 둘째는 환율이다. 미국 밀 생산이 1970/71년 이후 최저로 줄고 미국산 경질적색밀 값이 한 달 새 7.3% 오르는 등 원가 압력이 이미 쌓인 상황에서, 원화까지 약해지면 수입단가는 국제가와 환율 양쪽에서 밀려 오른다. 당장 빵값이 뛴다기보다, 이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점을 경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