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팀 하이리스크가 8월 26일 네팔-티베트 접경 홍수를 두고, 붕괴 며칠 전부터 위성에 이상 징후가 잡혔다는 신속 위험평가 보고서를 냈다. 피해 지역엔 빙하 재난 조기경보 체계가 없었고 하류에선 10분 이상의 대피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분석이어서, '예측 불가능한 천재'라는 규정이 흔들린다. 같은 지역에서 재난이 반복돼 온 만큼 이 보고서는 책임 규명과 조기경보 구축 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네팔과 티베트 접경에서 8월 26일 발생한 대홍수를 두고, 국제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 하이리스크(HiRISK)가 8월 28일 신속 위험평가 보고서를 냈다. 핵심은 이 재난이 아무 조짐 없이 닥친 천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붕괴 며칠 전부터 이상 징후가 잡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8월 24일 촬영된 위성 이미지에서는 빙하에서 녹아 흐르는 물이 눈에 띄게 갈색으로 변한 모습이 확인됐다. 빙하 내부의 물 흐름이 빨라졌고, 주변 암반 사면으로 균열이 번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붕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신호들이 하루 이틀 전이 아니라 여러 날 전부터 쌓여 있었다는 뜻이다. 이 참사로 네팔에서만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실종자는 3,90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수치는 시점에 따라 계속 늘고 있으며,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 9명의 수색도 이어지고 있다.

Lipot Repaszky
문제는 이 신호를 받아 사람들에게 대피를 알릴 장치가 없었다는 데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지역에는 빙하 관련 재난에 대비한 조기경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참여 지질학자 야콥 슈타이너는 당시 경보 체계가 "매우 취약했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지역별로 확보 가능했던 시간이 달랐다는 분석이다. 발원지에 가까운 라수와가디 국경검문소에서는 대피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지만, 더 하류 지역에서는 10분 이상의 경보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으로 연구팀은 봤다. 10분은 짧아 보여도, 강가에서 벗어나 고지대로 이동하기에는 생사를 가르는 시간이다. 충분한 역량의 경보 시스템이 있었다면 상당한 인명을 구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다만 이 '구할 수 있었다'는 대목은 사후의 평가이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보고서가 무거운 이유는 이 지역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15년, 2024년, 2025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재난이 있었다며 "아무도 몰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복된 경고에도 대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자연스럽게 책임 규명의 문제로 이어진다. 재난을 천재로 규정하느냐, 대비 실패가 겹친 인재로 보느냐에 따라 이후 논의의 방향이 갈린다.
히말라야 전체로 보면 이 문제는 한 번의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 고위험 빙하호는 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네팔·인도·티베트에 걸친 별도 조사에서는 3,624개의 빙하호 가운데 47개가 위험군으로, 이 중 21개가 네팔에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위성 모니터링이 이런 위험을 미리 잡아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리하면, 이번 보고서는 참사의 원인을 '피할 수 없었던 사고'에서 '대비하지 못한 위험'으로 옮겨놓았다. 그 규정이 굳어질수록 책임을 묻는 목소리와 조기경보 체계를 세우라는 요구는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국경을 맞댄 네팔과 중국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이 재난이 남긴 숙제다. 발원지와 피해지가 서로 다른 나라에 걸쳐 있는 만큼, 위성 관측 정보를 국경 너머로 신속히 공유하고 하류 주민에게 전달하는 협력 체계가 없으면 10분의 여유마저 다시 흘려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