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이 네 차례 보고됐고 이란은 7가지 조건을 걸어 해협 개방을 미루고 있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가 이 해협을 지나지만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비축분을 쌓아둔 덕에 당장 공급이 끊길 상황은 아니다. 두바이유 가격, 전략비축유 방출 여부, 중동산 수입 비중이 수급 불안을 가늠할 실제 신호다.

한국이 쓰는 원유는 대부분 바닷길로 들어오고, 그 길의 길목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2025년 한국이 수입한 원유 1억3700만 톤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에서 온 물량만 호르무즈를 통과하는데, 이 다섯 나라 비중이 약 70%에 이른다. 2024년 기준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71.5%였다.
다른 길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 해협이 막히면 하루 수입 물량의 상당 부분이 당장 대체 경로를 찾아야 한다. 호르무즈가 한국 에너지 안보의 가장 좁은 병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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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가 공개한 호르무즈 유조선 피격은 네 번째다. 1일에는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서 화재가 났고, 2일에는 오만 동쪽 4해리 해상에서 또 한 척이 미상의 발사체에 맞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닷새 사이 유조선 최소 7척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조건부 개방을 내걸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동결 자금 반환을 포함한 7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일주일 안에 해협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군사 행동이 있을 경우 이전보다 강하게 맞서겠다고 했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개방 시점이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유조선 피격이 곧바로 주유소 가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 사이에는 선박 운임과 보험료, 그리고 국제 유가라는 단계가 있다. 피격이 잦아지면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줄고, 보험료와 운임이 뛰면서 도입 단가가 올라가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봉쇄가 거셌던 국면에서 중동산 기준 유종인 두바이유는 2월 27일 배럴당 71.24달러에서 3월 23일 169.75달러까지 두 배 넘게 치솟았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JP모건은 최근 중동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의 98% 수준까지 회복됐고 하루 평균 1750만 배럴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의 홍해 송유관과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셔틀 서비스' 같은 우회로가 작동한 결과다.
정리하면 수출 물량 자체는 되살아났지만, 피격이 이어지는 한 운임·보험료라는 비용 경로는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 유가가 튀느냐 마느냐는 '물량이 끊기느냐'보다 '이 길이 얼마나 비싸지느냐'에 더 가깝다.
한국이 당장 기름이 끊길 상황은 아니다. 위기 이전 기준 정부와 민간을 합친 석유 비축은 약 206.9일분이었고, 이 가운데 정부 전략비축유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약 116일분이다. 정부는 전략비축유 직접 방출을 최후 수단으로 남겨둔 채, 민간 비축의무를 40일분에서 20일분으로 완화하고 2100만 배럴 규모의 스왑을 먼저 돌렸다. 완충 장치가 여러 겹이라는 의미다.
수입선도 바뀌고 있다. 사우디산 원유 도입 비중은 올해 8월 누적 29.90%로 2021년 이후 처음 30%를 밑돌았고, 중동산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68.7%에서 8월 누적 61.8%로 내려왔다. 반면 미국산은 올 상반기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정부는 중동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상태다.
| 구분 | 지난해 상반기 | 올 상반기 | 8월 누적 |
|---|---|---|---|
| 중동산 비중 | 68.7% | 62.3% | 61.8% |
| 사우디산 비중 | 33.1% | 30.5% | 29.9% |
그래서 불안을 가늠하려면 뉴스의 자극적인 표현보다 세 가지 숫자를 보는 편이 낫다. 첫째, 두바이유 가격이 다시 세 자릿수로 향하는지. 둘째, 정부가 전략비축유 직접 방출을 입에 올리는지. 셋째, 중동산 수입 비중이 더 내려가는지다. 이 셋이 조용하면 헤드라인이 요란해도 수급은 버티고 있는 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