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국방장관 헤그세스 탄핵소추안 표결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뀌며 소추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탄핵소추는 하원의 '기소'일 뿐이고, 실제 파면은 상원 3분의 2(67석) 찬성이 필요한 별도의 단계다. 선거 직후 현 하원의 표결, 내년 1월 새 의회의 재추진, 트럼프 대통령의 자진 교체 가능성을 나눠 지켜봐야 한다.
미국 하원이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려 한다. 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해도 그가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탄핵은 하원의 '기소'와 상원의 '심판'이라는 두 단계로 나뉘기 때문이다.
하원이 과반(435석 중 218석)으로 소추안을 의결하면 공직자는 '탄핵'된 상태가 된다. 형사재판의 기소에 해당한다. 그다음 상원이 심판을 열어 3분의 2인 67석이 유죄로 판단해야 비로소 파면된다. 소추만으로는 직을 잃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임기 중 두 차례 하원에서 소추됐지만 두 번 다 상원에서 무죄로 끝나 자리를 지켰다.
Photo by Raphael Assouline on Unsplash
표결을 밀어붙이는 쪽은 공화당 의원이다. 토머스 매시(켄터키) 의원은 9월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8개 항목을 냈다. 의회 승인 없는 이란 전쟁 등이 핵심 이유다. 그는 지난 5월 공화당 경선에서 져 이번 회기까지만 의정 활동을 하기 때문에 선거 직후 표결을 서두르고 있다. 여러 공화당 소식통은 매시 안이 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CNN에 전했다.
앞서 4월에는 야샤민 안사리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이란전, 시그널 채팅방 기밀 유출, 개인 비위 등 6개 항목의 소추안을 따로 냈다. 헤그세스 장관을 겨눈 발의가 여야 양쪽에서 나와 있는 셈이다.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갔다. 다만 새로 당선된 의원들의 임기는 내년 1월에 시작된다. 그래서 시점이 중요하다.
현재 하원은 아직 공화당 다수이고 민주당은 214석이라 218석에 못 미친다. 지금 표결하려면 공화당 이탈표가 필요하다. 반면 내년 1월 새 하원이 열리면 민주당은 240석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돼, 공화당 도움 없이 단독으로 소추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원 다수당 교체의 실질적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소추 자체의 문턱이 낮아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파면에는 상원 100석 중 67석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많아야 56석 안팎이어서, 공화당에서 최소 11명이 넘어와야 유죄가 된다.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 그 숫자를 채우기는 쉽지 않다.
선례도 파면 쪽에는 불리하다. 지금까지 하원이 탄핵소추한 내각 장관은 윌리엄 벨크냅(1876년)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2024년) 둘뿐인데, 상원은 두 번 다 무죄로 판단했다. 하원 통과가 곧 파면으로 이어진 전례는 없다는 뜻이다.
순서대로 세 가지를 보면 된다. 첫째, 선거 다음 주로 예고된 현 하원의 매시 표결 결과다. 통과하면 '장관 탄핵소추 가결'이라는 상징적 장면이 나오지만, 상원 심판으로 이어질지는 별개다.
둘째, 내년 1월 새 의회가 출범한 뒤 민주당이 소추를 다시 추진하는지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는데, 국방장관 문제는 다르게 접근할 여지가 있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의 자진 교체 여부다. CBS는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과 헤그세스 교체를 논의 중이며 후임으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공개적으로는 교체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교체가 이뤄진다면 탄핵 절차보다 먼저 매듭지어질 수도 있다.
소추는 민주당 하원만으로 가능해졌지만, 파면은 상원 3분의 2라는 산수를 넘지 못하는 한 이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