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이 10월 28일 장중 MWh당 100유로를 넘어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LNG를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들여와 당장 난방비가 유럽처럼 뛰지는 않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도입단가를 통해 요금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의 가격보다 EU 가스 저장률과 현물가, 내년 1월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 같은 지표를 지켜보는 게 난방비 전망에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근월물이 10월 28일(현지시간) 장중 MWh당 100.9유로를 기록했다. 100유로를 넘은 건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올해 2월 중동 전쟁 직전 30유로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이 아니라 몇 달 사이 3배 넘게 뛴 셈이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중동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가스 저장량이 겨울을 앞두고도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 EU 에너지규제협력기구(ACER) 집계로 10월 21일 기준 저장률은 전체 용량의 75%였는데, EU가 11월 1일까지 채우려는 목표치 90%에 크게 못 미친다.
여기에 각국이 난방철 대비 물량을 확보하려 경쟁하고, 내년 1월부터 EU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변수까지 겹쳤다. 공급은 빠듯한데 수요와 불확실성은 커지는 국면이다.

Magda Ehlers
유럽 가격이 뛴다고 한국 도시가스 요금이 같은 속도로 오르는 건 아니다. 한국의 LNG 도입은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이뤄져 당장 받는 직접 충격은 작다. 가격이 출렁이는 현물 시장에 전적으로 기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물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이다. 유럽이 수입선을 미국과 중동으로 넓히면서, 현물 물량을 두고 한국과 유럽이 맞붙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10월 중순 기준 TTF는 한 주 사이 15.2% 올라 1MMBtu당 28.7달러, 아시아 LNG 가격 지표인 JKM도 26.3달러를 기록했다. 중동 공급 감소를 미국산 등이 다 메우지 못하면 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장기계약 가격도 완충장치일 뿐 차단막은 아니다. 상당수 장기계약이 유가에 연동돼 있어, 가격 변동이 시차를 두고 도입단가에 반영된다. 사태가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뒤늦게 올라온다.
정리하면, 유럽의 100유로짜리 충격이 이번 겨울 한국 가스요금에 곧바로 1대1로 옮겨붙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기계약 중심 구조가 단기 변동을 상당 부분 흡수한다. 실제로 국내 도시가스 소매요금 인상 계획이 확정됐다는 발표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장기화하면 가격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가깝지,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유럽 저장률이 작년보다 12%포인트 낮은 70% 수준이라는 점은 겨울 내내 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난방비가 걱정된다면 당장의 유럽 뉴스 헤드라인보다 아래 지표의 방향을 보는 편이 실질적이다.
이 지표들이 동시에 나빠지면 이번 겨울이 아니라 다음 요금 조정기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대로 저장률이 회복되고 현물가가 꺾이면 한국까지 번질 경로는 좁아진다. 지금은 유럽의 숫자를 한국 난방비로 곧바로 환산하기보다, 어느 지표가 움직이는지를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