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을 공개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는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원 보고를 보면 외교 당국 차원의 비공개 공감대는 있었지만 정상 간 명시적 합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공방의 핵심은 합의 유무보다 합의의 수준에 있다. 독자는 우크라이나의 사과 여부, 정부가 예고한 '추가 조치'의 실체, 양국 방산 협력 기조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공방의 출발점은 두 정상의 상반된 행동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월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전쟁포로 2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날인 24일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반응했다. 북한 포로의 국내 송환은 외교·안보와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의제여서, 조용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이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그런 비밀 유지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쪽은 "합의를 어겼다", 다른 쪽은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맞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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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주장을 가른 지점은 생각보다 좁다. 국가정보원은 9월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의 정상 간 비공개 합의 자체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리하면 외교 당국 차원의 '비공개 공감대'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두 정상이 명시적으로 약속한 '합의'였는지는 정보 당국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가 "합의가 없었다"고 말할 때의 합의와, 한국 정부가 "합의했다"고 말할 때의 합의가 같은 층위를 가리키는지부터 어긋나 있다.
국정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송환 사실을 공개한 배경을 두고 "한국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공개의 동기까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 사안을 이해하려면 전쟁포로 송환의 일반 원칙을 알아야 한다. 1949년 체결된 제네바 제3협약은 적대행위가 끝나면 포로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송환의 취지가 포로의 인권 보호에 있는 만큼, 본국 송환이 포로의 생명이나 자유를 위협한다면 예외가 인정된다.
북한군 포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포로를 북한으로 돌려보낼 경우 가혹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송환할 수 없다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적용된다. 국가인권위원장도 앞서 북한군 포로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와 인도적 보호 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행이 거론된 것도 이 맥락에서다. 북한으로 보낼 수 없고 본인이 귀순 의사를 밝힌 포로라면,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는 한국이 수용 대상이 된다. 다만 개별 포로의 의사나 신원 같은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갈등은 10월 들어 더 격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엑스(X) 게시물에서 우크라이나가 "합의 사실이 없다며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했고, "남북 간 군사 충돌 임박을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추가 조치'의 실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으므로, 외교적 항의 수위 조정인지 다른 영역까지 번지는 조치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추측으로 메우기보다 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는 편이 정확하다.
국내 정치권 반응도 갈린다. 여당은 우크라이나의 공개를 "신뢰를 저버린 처사"로 보는 반면, 야당은 "선택적 분노"라며 대통령의 대응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다.
앞으로 지켜볼 지표는 세 가지다. 우크라이나가 공개 사과나 해명을 내놓는지, 정부가 말한 '추가 조치'가 실제로 발표되는지, 그리고 한국·우크라이나 간 무기·방산 협력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지다. 이 세 가지가 이번 공방이 외교적 수사에 그칠지, 실질적 관계 조정으로 이어질지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