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에 항의해 10월 8일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대사 소환은 초치보다 세고 추방·단교보다는 약한 단계로, 관계 악화를 공식화하면서도 대화 여지를 남긴 조치다. 대사 복귀 시점과 우크라이나의 사과 수위, 추가 조치 거론 여부를 보면 사태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외교부는 10월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상대국에 나가 있는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조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틀 전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사과 메시지를 받았지만 정부가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친다며 단호한 조치를 예고했는데, 그 조치가 대사 소환으로 나타났다.
대사 소환은 외교적 항의 수단 가운데 강도가 센 편에 속한다. 다만 관계를 끊는 단교는 아니다. 대사의 신분도 그대로 유지된다. 두 나라 관계가 나빠졌다는 신호를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조치이면서, 돌아올 여지는 남겨둔 단계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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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대응은 보통 약한 것부터 강한 것 순으로 단계가 있다. 이번 소환이 어디쯤인지 보려면 그 아래위 단계를 함께 봐야 한다.
| 단계 | 조치 | 대상 | 관계 |
|---|---|---|---|
| 약함 | 항의·유감 표명 | 정부 입장 | 유지 |
| ↓ | 초치 | 상대국 외교관 | 유지 |
| ↓ | 대사 소환 | 자국 대사 | 공석, 유지 |
| ↓ | 기피인물 지정 | 특정 외교관 추방 | 유지, 인물 퇴거 |
| 강함 | 단교 | 외교관계 | 단절 |
초치와 소환을 헷갈리기 쉽다. 초치는 상대국 외교관을 우리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는 것이고, 소환은 우리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앞서 9월 28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했는데, 이번 소환은 그보다 한 단계 높다.
한 단계 더 올라가면 상대 외교관을 기피인물로 지정해 내보내는 추방이다. 비엔나협약 9조에 따라 받아들이는 나라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 없이 통보할 수 있고, 통상 며칠 안에 출국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1971년 협약 발효 이후 1998년 한-러 외교관 맞추방이 사실상 유일한 사례일 만큼 드물다. 그 위가 관계 자체를 끊고 대사관을 닫는 단교다. 이번 소환은 추방이나 단교보다 두세 단계 아래에 있다.
갈등의 출발점은 북한군 포로 문제다.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가운데 한국행을 원한 2명을 두고 양국이 송환을 협의해 왔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불씨가 됐다.
핵심 쟁점은 비공개 합의가 있었느냐다. 한국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우크라이나가 깼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정상 간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고, 외무장관은 이를 외교적 오해라고 표현했다. 양국이 합의 문서를 남기지 않고 구두로만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누구 말이 맞는지 외부에서 가리기는 어렵다.
감정의 골은 그 뒤로 더 깊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유감을 표했고, 청와대는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10월 6일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제재 담당 보좌관이 한국이 러시아에 석유제품을 대량 공급한다는 외신 보도를 근거로 한국을 비판했다. 사과를 요구하는 쪽과 맞받아치는 쪽이 부딪히면서 사태가 커진 셈이다.
다만 포로 2명의 한국행 의사 자체는 다툼이 없다. 외교부는 영사 면담에서 이들이 일관되게 한국행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소환을 발표하면서도 양국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강하게 항의하면서도 대화 창구는 닫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조치만으로 관계가 어디로 갈지 단정하기는 이르다.
추가 조치로 번질지 가늠하려면 몇 가지를 보면 된다. 첫째는 소환된 대사가 언제 돌아가느냐다. 복귀가 미뤄질수록 관계가 길게 얼어붙는다는 뜻이다. 둘째는 우크라이나가 내놓을 사과의 수위다. 한국이 기대한 공개 사과에 가까워지면 봉합, 지금처럼 어긋나면 장기화로 읽힌다. 셋째는 기피인물 지정 같은 다음 단계 조치가 거론되는지, 여당 일부에서 나온 대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재검토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옮겨가는지다.
정리하면 대사 소환은 관계 악화를 공식화한 신호이되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는 단계다. 10월 8일 기준으로 대사 복귀 시점과 추가 조치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위 신호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가 다음 국면을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