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조선소를 인수·건설한 외국 업체에 자국에서 최대 2척의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도록 조건부로 허용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이 이 조건을 이미 충족해 직접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 실제 수주 규모는 미 의회의 국방수권법·세출법 예산 관문이 얼마나 풀리느냐에 달려 있어, 그 흐름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8월 13일(현지시간) 국가안보 대통령각서에 서명했다. 핵심은 미국에 신규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을 확보한 외국 조선업체가, 자국에서 최대 2척까지 함정을 건조해 미국에 공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딱 2척까지다. 그 이후 추가 물량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
허용 대상 선종도 제한적이다. 수상전투함, 통합화물 보급 유조선(CONSOL), 경사로로 화물을 싣는 로로선 등 3개 선종에 한정된다. 조건도 붙었다. 미국인 인력 고용과 훈련, 모기업의 기술 이전,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이 요구된다.
주목할 부분은 규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미국 해외방송 VOA는 그동안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이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해군 함정 신규 건조에 참여하는 데 가장 큰 법적 장벽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각서는 법률 자체를 고치지 않고, 개별 사업에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절차를 새로 만든 방식이다.
Photo by Jimmy Woo on Unsplash
이번 조건의 문턱을 이미 넘어선 국내 기업이 한화다. 한화오션은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시설 확장과 현대화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조선소를 보유하거나 인수한 외국 조선업체'라는 각서의 핵심 요건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다시 말해 한화는 새 조건에 맞추려고 무언가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인수 시점 기준으로 보면 요건을 먼저 갖춰 둔 셈이고, 이번 결정이 그 사전 투자에 명분을 실어 준 구도에 가깝다.
정부도 기대를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 분야의 호혜적 협력에 대해 양국 정상의 공감대가 있는 만큼 협력 방안이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각서가 곧 수주는 아니다. VOA에 따르면 실제 계약까지는 의회라는 문이 남아 있다. 현행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해외 건조 물량을 2척 이내로 제한하고, 세출법에는 해외에서 건조한 함정에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유지되고 있다.
각서가 행정부 차원에서 길을 튼 것과, 의회가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각서는 개별 사업 예외의 '절차'를 마련했을 뿐, 실제 발주와 예산이 그 위에서 움직여야 실물 계약이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 결정은 한화를 사실상 첫 번째 후보 자리에 올려놨지만, 그 자체로 계약서가 나온 것은 아니다.
판단 기준을 세워 보면, 한화의 미국 내 생산 능력과 의회의 예산 관문이 맞물리는 속도가 실제 수혜 크기를 가른다. 미국 내 건물·인력·공급망이 빠르게 갖춰지고 의회가 예산 제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초기 2척을 넘어 지속적인 물량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반대로 예산 조항이 그대로 남으면 상징적 승인에 머물 수 있다.
결국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얼마나 빨리 미 해군 함정을 실제로 찍어낼 준비를 마치느냐, 다른 하나는 미 의회가 세출법의 예산 배정 금지 조항을 손대느냐다. 이 두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 '수혜'는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