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SMR, 대형 원전과 뭐가 다르길래 게이츠가 왔나

테라파워 창업자 빌 게이츠가 8월 13일 입국해 14일 한성숙 국무총리 면담과 재계 회동으로 SMR 협력을 논의했다. SMR은 공장에서 모듈로 제작하는 소형 원전으로, 게이츠 방한의 초점은 이 설비를 만들 한국 제조 파트너를 넓히는 데 있다. SK와 HD현대, 두산이 투자·제작·건설로 역할을 나눠 맡고 있어, SMR 뉴스는 누가 설계하고 누가 만드는지를 구분해 보면 이해가 쉽다.

SMR, 대형 원전과 뭐가 다르길래 게이츠가 왔나

공장에서 찍어내는 원전, 그게 SMR

빌 게이츠가 8월 13일 다시 한국에 왔다. 이튿날 한성숙 국무총리를 만난 뒤 재계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했는데, 공통된 주제가 소형모듈원전(SMR)이었다. 이름부터 낯선 이 기술을 먼저 풀어보자.

SMR은 말 그대로 작고(Small) 모듈로 나뉜(Modular) 원전이다. 기존 대형 원전은 한 기당 전기출력이 1,000메가와트(MW)를 넘고, 발전소 부지에서 콘크리트와 배관을 대규모로 쌓아 올려 짓는다. 반면 SMR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으로 원자로 한 기당 300MW 이하다. 핵심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찍어낸 뒤 현장에서 조립한다.

차이는 크기만이 아니다. 공장 제작 방식은 건설 기간과 비용을 예측하기 쉽게 만든다. 대형 원전이 흔히 겪는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 위험을 줄이자는 발상이다. 대신 아직 상용 운전 실적이 많지 않아 안전성과 경제성을 실제로 증명하는 단계에 있다.

소프트웨어 거물이 원자로 회사를 세운 이유

nuclear reactor pressure vessel factory

Photo by Mick De Paola on Unsplash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방한의 명함은 다르다. 그는 2006년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 테라파워를 세웠고 현재 이 회사 의장이자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다.

테라파워의 대표 프로젝트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짓는 첫 '나트륨(Natrium)' 원자로다. 물 대신 액체 소듐으로 원자로를 식히는 소듐냉각고속로 방식으로, 4세대 SMR로 분류된다. 게이츠가 원전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으로 대려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런 신형 원자로의 부품을 실제로 만들어낼 제조 역량이다. 설계가 아무리 앞서도 정밀 대형 기기를 제때 공급할 파트너가 없으면 사업은 멈춘다. 게이츠의 방한을 '협력 확대'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기업은 어디에 서 있나

테라파워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들은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이 구도를 알면 관련 뉴스가 훨씬 또렷하게 읽힌다.

먼저 돈을 댄 쪽이 있다. SK그룹은 (주)SK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총 2억 5,000만 달러를 넣은 테라파워의 2대 주주다. HD현대도 2022년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일찍 발을 들였다.

만드는 쪽은 조금 다르다. HD현대는 2024년 12월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한 데 이어, 2026년 5월에는 나트륨 원자로의 주기기인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케머러 1호기의 코어 배럴과 가드 베셀 같은 핵심 기자재를 맡고 있고, 현대건설은 시공(EPC)을 담당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투자자로 참여한다.

정리하면 투자(SK·한수원), 주기기 제작(HD현대·두산), 시공(현대건설)으로 밸류체인이 갈린다. 그래서 SMR 뉴스를 볼 때는 어느 기업이 '설계·투자'를 하고 어느 기업이 '실제 제작'을 맡는지를 구분하는 게 첫걸음이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회사마다 걸린 이해관계와 실적 반영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8월 14일 회동에서 나온 구체적 합의는 아직 공식 발표로 확정되지 않았으니, 개별 기업의 계약 공시를 따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출처

  1. 빌 게이츠 1년 만에 방한…정·재계와 SMR 협력 논의
  2. [포토] 빌 게이츠 방한… 한성숙 총리·정기선 회장과 SMR 회동
  3. HD현대-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공급 우선협상자 선정
  4. 테라파워 美 SMR 건설승인에 SK·두산·HD현대 방긋…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