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는 영국을 첫 신규 회원으로 받아들였는데, 2021년 2월 신청부터 2024년 12월 발효까지 약 4년이 걸렸다.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는 협상이 진행 중인 반면 중국·대만은 4년 넘게 제자리여서, 가입 속도는 쟁점의 크기와 회원국 합의에 좌우된다. 한국이 가입을 재논의한다면 '신청이 곧 가입'이 아니라는 점과 농업 피해 보전 쟁점을 이 선례들과 비교해 봐야 한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이야기할 때 가장 흔한 오해는 신청하면 곧 회원이 된다는 생각이다. 영국 사례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영국은 2021년 2월 1일 가입을 신청했다.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거쳐 가입 의정서에 서명한 건 2023년 7월, 뉴질랜드에서였다. 그리고 영국에 협정이 실제로 발효된 날은 2024년 12월 15일이다. 신청에서 발효까지 약 3년 10개월, 영국은 11개 원년 회원국에 이어 처음으로 새로 들어온 나라가 됐다.
영국은 이미 개방된 경제를 가진 선진국이었다. 그런 나라도 4년 가까이 걸렸다는 건, 가입이 선언이 아니라 조문 하나하나를 맞추는 협상 과정이라는 뜻이다.

Bilal Ahmed
신청서를 낸 나라는 여럿이지만 진도는 크게 다르다.
중국과 대만은 2021년 9월 나란히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도록 실질적 진전이 없다. 2025년 11월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9차 CPTPP 각료회의 공동성명에는 두 나라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고, 대만 외교부는 자국 신청이 또다시 다뤄지지 않은 데 유감을 표했다. 회원국 전원 합의가 필요한 구조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신청을 멈춰 세운 사례다.
반대로 비교적 순탄한 쪽은 코스타리카다. 2024년 11월 가입 작업반이 꾸려졌고, 9차 각료회의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확인됐다. 각료들은 작업반에 12월까지 보고하고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주문했다. 뒤이어 우루과이·아랍에미리트(UAE)·필리핀·인도네시아 네 나라가 가입 기준에 부합하는 유망국으로 지목됐는데, 이 가운데 우루과이만 절차가 바로 시작됐고 나머지 셋은 2026년에 "적절하다면" 개시하기로 했다. 신청은 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빠진 에콰도르, 대기열에 있는 우크라이나도 있다.
정리하면 순서는 신청 시점이 아니라 쟁점의 크기와 정치적 부담이 결정한다. CPTPP 각료들도 절차 개시는 "출발점일 뿐 가입 보장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한국은 가입을 저울질해 왔지만 아직 공식 신청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2026년 10월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CPTPP 피해 보전이 쟁점으로 올랐다. 농업 피해 우려가 가입 논의의 발목을 잡는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선례를 한국 상황에 대보면 세 가지가 드러난다.
첫째, 시간이다. 영국처럼 준비된 나라도 신청에서 발효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한국이 지금 재논의를 시작해도 실제 발효는 한참 뒤 이야기다. 둘째, 변수의 성격이다. 중국·대만이 보여주듯 가입은 경제 조건만이 아니라 회원국 전원의 정치적 합의에 달려 있다. 일본이 핵심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한일 관계도 그 변수 안에 들어간다. 셋째, 쟁점 관리다. 코스타리카·우루과이처럼 내부 쟁점이 비교적 작은 나라가 먼저 문을 통과한다. 한국은 농업이라는 큰 쟁점을 안고 있어, 피해 보전 설계가 협상보다 먼저 풀어야 할 숙제에 가깝다.
한국에 당장 급한 건 가입 여부 자체보다, 다른 나라들이 어디서 빨라지고 어디서 멈췄는지를 읽는 일이다. 영국의 4년, 중국의 정체, 코스타리카의 전진은 모두 한국이 자기 조건을 점검할 참고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