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가 '원점 재검토'로 물러서면서 이 협정의 정체와 일본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CPTPP는 미국이 빠진 뒤 일본이 주도해 만든 12개국의 고수준 개방 협정으로, 가입국에 높은 관세 철폐를 요구한다. 한국에서는 농수산물을 어디까지 열어줄지가 가입의 최대 관문이 되고 있다.

CPTPP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약자다. 태평양을 둘러싼 나라들이 관세를 거의 없애고 무역·투자 규칙을 공통으로 맞추기로 한 자유무역협정이다. 2018년 11개국으로 출범했고, 2023년 영국이 합류해 지금은 12개국 체제다.
핵심은 개방의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양자 FTA보다 관세를 없애는 품목의 폭이 넓고, 국영기업이나 디지털 거래 같은 분야의 규범까지 요구한다. 그래서 '가입하면 시장을 많이 연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국 정부는 2026년 들어 4년 만에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방문 중 가입 의사를 밝힌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농업계 반발이 커지자 10월 초 '원점 재검토'로 방향을 틀었다.

Thái Trường Giang
이 협정에서 일본의 위치를 알아야 그림이 보인다. 원래 이 틀은 미국이 주도한 TPP였는데, 미국이 발을 빼자 일본이 나머지 나라들을 모아 지금의 CPTPP로 다시 세웠다. 설계와 운영의 중심이 일본이라는 뜻이다.
신규 가입 심사도 기존 회원국들의 합의로 이뤄진다. 규모와 영향력이 큰 일본이 사실상 문을 여닫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국이 들어가려면 일본을 포함한 회원국들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일본 자신도 농업을 지켰다는 것이다. 일본은 쌀, 쇠고기·돼지고기, 유제품 같은 민감 품목을 보호하려고 농산물 관세철폐율을 74% 수준으로 다른 회원국보다 낮게 묶었다. 한국도 가입 협상에서 이 방식을 참고할 여지가 있다.
가입국에 요구되는 핵심은 결국 '얼마나 열 것인가'다. 공산품은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분야라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농수산물이다.
정부 분석을 보면 가입 시 제조업 생산은 연 6조원대 늘고 실질 GDP는 발효 10년 뒤 0.38%포인트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 8500억원가량 줄고, 15년 누적으로는 농업에서 수조원대, 수산에서 1조원대 피해가 거론된다. 득과 실이 산업별로 뚜렷하게 갈린다.
또 하나 현실적인 압박이 있다. 가입이 늦어질수록 회원국이 늘어, 민감 품목의 개방 수위나 유예기간을 협상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먼저 들어간 나라일수록 자기 조건을 더 챙길 수 있다는 논리다.
농수산물이 쟁점이 되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경쟁만이 아니다. 일본산 수산물을 비롯한 수입 확대 가능성, 사과·배 같은 국내 주력 과일의 개방 우려가 함께 얽혀 있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지가 늘 수 있지만, 생산 농가에는 직접적인 타격이다.
그래서 농업·축산·수산·임업 단체들은 가입 중단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정부가 상생기금과 유통 개혁 같은 보전 대책을 함께 꺼낸 것도 이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이 사안을 지켜볼 때 몇 가지 기준을 잡아두면 흐름을 읽기 쉽다.
첫째, 민감 품목의 관세철폐율과 유예기간을 어떻게 협상하느냐다. 일본처럼 농산물 개방을 낮게 묶을 수 있느냐가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둘째, 피해 보전 대책이 선언에 그치는지 아니면 기금·소득 보전처럼 구체적인 형태로 설계되는지다.
셋째, 국회 비준이다. 협상이 타결돼도 국회 문턱을 넘어야 발효된다. 농촌 민심과 직결된 사안이라 비준은 또 하나의 변수다.
결국 이 문제는 '제조업의 이득과 농수산업의 피해를 어떻게 저울질하느냐'로 압축된다. 숫자상 전체 경제에는 플러스라는 추정이 많지만, 그 이득이 피해 보는 쪽으로 어떻게 돌아가느냐가 빠지면 반쪽짜리 계산이 된다. 가입 찬반을 가를 지점도 바로 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