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투자를 압박하며 관세 2배를 거론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 사업이 합의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혀 미국의 '확정'과 한국의 '검토'가 엇갈린다. 한국 앞에는 수용·조건부 협상·거부 세 갈래가 있는데, 수용은 74조 원대 사업의 경제성 부담을, 거부는 고율 관세 위협을, 조건부는 반복되는 불확실성을 각각 떠안는다. 결국 관건은 발언의 크기가 아니라 무엇이 팩트시트 문구로 남아 세율과 투자액에 반영되는지이며, 투자 주체와 관세 연동, 미국 중간선거 일정이 확인할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일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LNG 투자를 두고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전하라"고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합의한 내용은 팩트시트가 전부"라며 이 투자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사안을 미국은 '확정'으로, 한국은 '검토'로 부른다. 지금 한미 통상 테이블의 핵심 쟁점은 이 온도차로 요약된다.

Oleksiy Yeshtokyn,🌻🇺🇦🌻
알래스카 LNG는 미국 북부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으로, 로이터는 비용을 최대 545억 달러(약 74조 원)로 전했다. 미국 LNG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비싼 축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이 사업에 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양국이 함께 낸 팩트시트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조건에서 검토를 시작한다"는 문구만 담겼다. 한국이 참여를 확정한 적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앞서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한국의 미국 석유 프로젝트 84억 달러 투자도 공동 팩트시트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압박의 수위가 문서보다 앞서 나가는 양상이 반복된다.
배경에는 지난해 타결된 관세·투자 합의가 있다.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알래스카 LNG는 이 큰 틀 안에서 미국이 추가로 밀어붙이는 항목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동맹을 압박 카드로 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정부 앞에 놓인 길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수용이다. 요구대로 투자를 확정하면 관세 재인상 위협은 당장 가라앉는다. 그러나 74조 원대 사업의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담이 남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도입선 다양화라는 안보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투자만큼 경제성을 확보할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익이 불확실한 대형 사업에 공적 자금이 묶일 위험이 수용의 비용이다.
둘째, 조건부 협상이다. 팩트시트 문구대로 "상업적 합리성과 법적 요건"을 전제로 검토만 이어가는 방식이다. 미국의 즉각적 반발은 피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압박이 되풀이될 때마다 같은 쟁점을 다시 치러야 한다. 협상력을 쥐는 대신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선택이다.
셋째, 거부다. 경제성이 없다고 보고 투자하지 않는 길이다. 명분은 분명하지만, 트럼프가 거론한 '2배'나 유세에서 언급한 150~300%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처럼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이 그 충격을 먼저 받는다.
미국의 발언은 앞으로도 크고 분명하게 나올 것이다. 관건은 그중 무엇이 문서로 남아 세율과 투자액에 실제로 반영되느냐다. 압박의 크기가 아니라 합의의 문구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