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11월 1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이 기뢰에 폭발했다고 발표했지만 독립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호르무즈는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라 사고는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지만, 보험료·운임·시차를 거치며 당장 주유소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두바이유 가격, 유조선 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 오피넷 주유소 가격, 정부 발표를 지표로 보면 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11월 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이 기뢰에 부딪혀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1척은 초대형 유조선(VLCC)으로 선체에 불이 붙었고, 두 배 모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지나고 있었다는 것이 이란 측 설명이다. 앞서 10월 23일에도 IRGC는 원유 450만 배럴 이상을 실은 유조선 2척이 기뢰에 충돌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이 내용은 모두 이란 측 발표이고, 선박명이나 국적, 정확한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같은 날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도 선박 공격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란이 밝힌 사고와 같은 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이란이 해협 통항을 사실상 통제하면서, 한국 해운사들도 제한적으로만 이 길을 지나고 있다.

Erik Mclean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집계 기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에는 하루 약 2000만 배럴, 세계 석유 소비의 5분의 1가량이 지난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쿠웨이트의 원유가 대부분 이 좁은 길을 통해 나온다. 대체 항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이곳을 '급소'로 만든다.
한국도 노출돼 있다. 다만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낮아지는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기준 중동산 비중은 2024년 71.5%에서 2025년 69.1%, 2026년 1~5월 62.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북미산이 26.6%, 아프리카산이 5.3%까지 늘며 수입선이 분산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중동 비중이 처음으로 50%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과거 70~85%에 묶여 있던 것과 비교하면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조금 더 생긴 셈이다.
사고 한 건이 주유소 가격으로 곧장 번지지는 않는다. 보통 몇 단계를 거친다. 먼저 공급 차질 우려가 국제 원유 가격을 밀어 올린다. 다음으로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전쟁위험 보험료와 운임이 뛴다. 이 비용이 수입 원가에 얹히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 기준인 싱가포르 제품가(MOPS)를 거쳐 2~3주 시차를 두고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각 단계가 얼마나 크게 움직이는지는 올봄 긴장 때 드러났다. 당시 중동발 초대형 유조선 운임지수는 2월 13일 138에서 3월 3일 465.5로 약 3.3배 뛰었고, 유조선 전쟁위험 보험료율은 선체 가격의 약 0.25%에서 5% 안팎까지 치솟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금 수치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긴장이 고조되면 이런 식으로 비용이 증폭된다는 '경로'를 보여 주는 사례다.
사고 소식에도 최근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11월 6일 기준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90.83달러, 브렌트유는 98.32달러로, 주간 기준 브렌트는 16% 넘게 떨어졌다. 국내 수입 기준인 두바이유도 전주보다 15.3달러 내린 100.3달러였다. 호르무즈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을 떠받치는 한편,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가 이를 상쇄한 결과다.
국내 주유소는 더 완만하다. 11월 첫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5.4원으로 25주 연속 하락세였다. 국제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데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으로 묶어 공급가에 적용하고 있는 점도 완충 역할을 한다. 사고가 곧 주유소 가격 급등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사고 자체는 분명한 위험 신호다. 그러나 주유소 가격은 사고 한 건이 아니라 유가, 운임, 보험료, 세금, 환율, 그리고 시차가 겹쳐 정해진다. 지금 할 일은 패닉이 아니라 두바이유와 정부 발표를 차분히 지켜보는 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