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공급하면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30일간 멈추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가 유가 때문에 공격 중단을 요구해 온 상황에서 방공 지원을 지렛대로 삼은 것이지만, 미국은 이미 대금이 치러진 미사일 인도를 미루며 거래에 회의적이다. 오슬로 협상 결과와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서명 여부, 국제 유가 방향을 지켜보면 거래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월 19일 미국 의회 대표단과의 화상회의에서 조건부 제안을 내놨다. 미국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공급하면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멈추겠다는 것이다. 미국 악시오스가 처음 전했고, 젤렌스키 본인도 한 달간 중단할 뜻을 밝혔다.
이 제안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타격이 국제 유가와 경유 가격을 밀어 올린다며 공격 중단을 요구해 왔다. 젤렌스키는 그 요구를 그냥 들어주는 대신, 자신이 가장 아쉬운 방공 무기와 묶었다. 유가를 걱정하는 트럼프의 약한 고리를 지렛대로 삼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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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은 단순한 무기 목록의 한 줄이 아니다. 러시아가 수도권 에너지 시설을 노린 미사일 공습으로 50만 명 넘는 주민의 전기가 끊겼고, 하르키우 인근 공습으로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해 6명이 숨졌다. 겨울을 앞두고 도시 상공을 지킬 요격 수단이 바닥나는 상황이 젤렌스키가 거래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젤렌스키는 "미사일은 이미 준비됐고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여러 나라가 자국 재고에서 패트리엇을 넘길 준비가 됐지만,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은 재고가 몇 발 수준이라는 보도도 있으나 수치는 출처마다 달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방공망에 구멍이 커질수록 협상 테이블에서 젤렌스키가 쥔 패가 얇아진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차갑다. 그는 젤렌스키가 "뭘 모른다"며 "이제 다른 사람이 협상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거래 자체보다 종전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태도에 가깝다.
더 구체적인 쟁점은 무기 인도다. 젤렌스키는 유럽이 이미 대금을 낸 패트리엇을 펜타곤이 틀어쥐고 있으며,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서명만 남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것이 미국의 공식 거부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백악관은 지원을 제한한 적 없다고 부인했고, 루비오 국무장관도 정보 공유를 바꾸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서 자신들의 양보를 끌어내려 무기와 정보를 지렛대로 쓴다고 보지만, 미국은 그 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관계가 양측에서 갈리는 지점이다.
이 거래의 성패는 한국과 멀지 않다. 트럼프가 공격 중단을 바라는 핵심 이유가 유가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타격이 계속되면 국제 유가와 경유 가격에 상승 압력이 남고,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은 그 변동을 주유소 가격으로 떠안는다. 반대로 30일 중단이 성사되면 단기 유가 변수 하나는 가라앉는다.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위트코프 특사가 10월 20일 오슬로에서 젤렌스키·유럽 지도자를 만난 뒤 러시아로 향하는 이번 주 협상의 결과다. 둘째, 헤그세스 장관의 서명 여부, 즉 패트리엇이 실제로 움직이는지다. 셋째, 국제 유가와 국내 경유값의 방향이다. 협상 구도가 말로만 오가는지, 무기와 유가라는 실물로 이어지는지는 이 세 가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