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위고비·오젬픽 복용 뒤 시력을 잃었다는 환자들이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만 90건 넘는 소송을 냈지만, 약과 시신경병증 NAION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NAION은 드문 질환이고 규제기관 판단도 유럽은 경고 권고, 미국은 조사 중으로 엇갈린다. 한국 사용자는 위고비 국내 허가사항과 식약처 조치를 확인하고, 통증 없는 갑작스러운 시야 흐림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는 선에서 대응하면 된다.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당뇨약 오젬픽을 맞은 뒤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는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있다. 한 로펌이 뉴저지주에서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제기한 것만 90건이 넘고, 같은 계열 약을 만드는 일라이릴리도 피소 대상에 올랐다.
문제가 된 질환은 NAION,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이다.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통증 없이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는 병으로,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송을 낸 환자들은 약을 쓰기 전에는 없던 증상이라고 주장한다.
핵심 쟁점은 하나다. 약이 정말 실명을 일으켰는가. 이 인과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Pavel Danilyuk
연구 결과부터 엇갈린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복용자의 NAION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에서 많게는 8배 높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제조사가 비용을 댄 연구에서는 연관성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제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유럽 규제당국은 대략 1만 명 중 1명꼴로 언급했고, 일부 연구는 1년 복용 시 4천~5천 명당 1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수치에 폭이 있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NAION 자체가 드문 병이라는 점이다. 다만 위고비 사용자가 워낙 많다 보니, 드문 확률도 절대 환자 수로는 눈에 띄게 쌓일 수 있다.
규제기관의 판단도 갈린다. 유럽의약품청은 2025년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보고 제품 설명서에 경고를 넣도록 권고했다. 반면 미국 FDA는 2024년 말 연관 가능성을 인지하고 조사 중이지만, 아직 라벨에 경고를 추가하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도, NAION은 승인 라벨상 부작용이 아니며 약의 이익과 위험 균형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위고비는 이미 한국에서 널리 쓰인다. 2024년 10월 국내 출시 뒤 한 달 만에 기존 삭센다를 제치고 처방 건수 1위에 올랐고, 비급여로 50만~80만 원대에 거래된다. 사용자 규모만 보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미국 소송이 곧바로 국내 사용 기준을 바꾸지는 않는다. 처방과 안전성 판단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몫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확인할 순서는 이렇다. 먼저 의약품안전나라에서 위고비 허가사항의 이상반응 항목에 시신경 관련 경고가 들어갔는지 본다. 다음으로 식약처가 EMA처럼 별도 안전성 조치를 냈는지 확인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NAION을 겨냥한 별도 경고가 공식화됐다는 정보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마지막은 처방한 의료진과 직접 상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참고로 식약처가 지난해부터 실제로 대응해 온 위고비 문제는 시력이 아니라 오남용이었다. 온라인 불법 판매·알선 광고 62건을 적발했을 만큼,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사용이 국내에서는 더 현실적인 위험으로 지적돼 왔다.
의학적 판단은 의료진의 몫이지만, 사용자가 알아둘 신호는 단순하다. 통증 없이 갑자기 한쪽 눈이 뿌옇게 흐려지거나, 주변 시야가 좁아져 정면만 보이는 느낌이 든다면 그냥 넘기지 않는 편이 좋다. 실제 소송을 낸 한 환자도 오른쪽 눈이 무겁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으로 시작됐다.
NAION은 초기 대응이 늦으면 손상이 굳어질 수 있다. 위고비나 오젬픽을 쓰는 중에 이런 시야 변화가 나타나면, 자가 판단으로 약을 끊거나 방치하기보다 즉시 안과 진료를 받고 처방의에게 알리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