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한국의 알래스카 LNG 540억 달러 투자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한국 정부는 상업성을 검토 중일 뿐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 사업은 관세 15%의 대가로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투자 가운데 전략투자 2000억 달러 안에 묶여 있어, 거절이 곧 관세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독자는 분담 주체와 재원, 구매계약 조건, 상업성 검증 결과가 공개되는지를 보며 에너지 수입 다변화와 통상 비용을 저울질하면 된다.

케이티 재커라이어 백악관 대변인은 10월 14일 첫 브리핑에서 한국의 알래스카 LNG 540억 달러(약 72조 원) 투자를 다시 성과로 꼽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9월 30일 "한국이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점을 보면 배경이 읽힌다. 미국 중간선거를 약 3주 앞둔 데다, 알래스카는 공화당 설리번 의원과 민주당 펠톨라 의원이 맞붙는 접전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알래스카를 찾았고 사전투표는 다음 주 시작된다. 미국 언론조차 확정되지 않은 투자를 성과처럼 포장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밴스 부통령은 10월 초 "양국 합의는 아직"이라고 인정했고,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Fabian von Imhof
이 숫자는 홀로 떨어진 투자가 아니다. 한국은 대미 수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3500억 달러 대미투자를 약속했는데, 이는 조선 협력 1500억 달러와 전략투자 2000억 달러(현금, 연 200억 달러 한도)로 나뉜다. 알래스카 LNG는 이 가운데 전략투자 2000억 달러 안에서 원전 사업과 함께 거론된다. 둘을 합치면 최대 1700억 달러 안팎으로, 전략투자 한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투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했다.
구조가 이렇다 보니 '거절'이 간단치 않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수익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합의한 사업에서 발을 빼면 미국이 관세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결정이 순수한 사업 판단을 넘어 통상 카드와 얽혀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금액도 주체도 확정 전이다. 다음 순서로 공개되는 내용을 따라가면 부담의 윤곽이 잡힌다.
따져야 할 축은 둘이다. 에너지 수입 측면에서는 중동·호주에 치우친 LNG 도입처를 미국산으로 넓히는 효과가 있고, 미국은 참여 조건으로 장기 구매계약과 한국의 우선 접근권까지 제시했다. 다만 노스슬로프에서 1,300km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하는 고비용 사업이고, 혹한과 복잡한 지형 탓에 과거 엑손모빌·BP·코노코필립스가 2016년 발을 뺀 전례가 있어 최종 가격 경쟁력은 미지수다.
통상 측면에서는 관세 15% 상한을 지키는 '방어값'이라는 시각과, 사업성 없는 투자를 떠안는 것이라는 시각이 맞선다. 결국 판단 기준은 하나로 모인다. 상업성 검증 결과와 분담 구조가 공개되기 전까지, 540억 달러는 합의된 금액이 아니라 협상 중인 청구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