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트리프트 빙하에서 1992년 실종된 벨기에 등산가 2명의 유해가 지난 7월 발견돼 DNA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런 발견이 잦아진 배경에는 2025년 한 해 부피 3%, 최근 10년 24%가 줄어든 알프스 빙하의 빠른 융해가 있다. 실종자 발견 뉴스를 볼 때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갱신되는 빙하 융해 기록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스위스 남부 발레주의 트리프트 빙하에서 지난 7월 26일, 한 등산객이 얼음 밖으로 드러난 유해 두 구를 발견해 신고했다. 발레 지역 정부는 시옹의 발레 병원 법의학연구소에서 DNA를 대조한 결과, 1992년 실종된 벨기에 등산가 2명이라고 확인했다.
두 사람은 실종 당시 각각 39세와 41세였다. 1992년 9월 4일 해발 4017m의 바이스미스 정상을 목표로 산장을 떠났지만 악천후를 만나 행방불명됐다. 34년 동안 빙하 아래 갇혀 있던 셈이다. 수색이 끝난 지 오래인 실종자를, 이번에는 수색대가 아니라 녹아내린 얼음이 돌려보냈다.
신원 확인은 짐작이 아니라 DNA 대조로 이뤄졌다. 빙하 속은 온도가 낮고 산소가 적어 조직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는 경우가 있는데, 그 덕분에 34년이 지난 뒤에도 유가족과의 유전자 비교가 가능했다. 오래전 실종자라도 유해가 드러나면 신원을 특정할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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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는 눈이 쌓이는 상류에서 얼음이 흘러내려 하류에서 녹는다. 조난자가 그 흐름에 묻히면 수십 년에 걸쳐 하류로 이동하며 서서히 얼음 표면 가까이 올라온다. 여기에 여름 기온이 높아 표면이 빠르게 녹으면, 오래 갇혀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노출된다.
실제로 이런 발견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게 됐다. 지난해에는 오버 가벨호른 빙하에서 1994년 실종된 스위스 등산가의 유해가 나왔다. 알프스 곳곳에서 수십 년 전 조난자와 유품, 심지어 추락한 항공기 잔해까지 얼음이 물러난 자리에서 드러나고 있다.
스위스 빙하 감시망(GLAMOS) 집계를 보면 2025년 한 해 동안 스위스 빙하는 전체 부피의 3%를 잃었다. 관측을 시작한 이래 2022년, 2023년, 2003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눈이 적었던 겨울에 6월과 8월 두 차례 폭염이 겹친 결과였다.
문제는 한 해가 아니라 추세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스위스 빙하는 부피의 24%가 사라졌다. 1990년대 10년간 감소폭(약 10%)의 두 배가 넘는 속도다. 같은 10년이라도 최근으로 올수록 얼음이 더 빨리 줄고 있다는 의미다. 1970년대 초 이후 완전히 소멸한 빙하만 1100개가 넘는다. GLAMOS 책임자 마티아스 후스는 "약 20년째 스위스의 모든 빙하가 얼음을 잃고 있고,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을 단순한 미제 사건의 해결로만 읽기는 어렵다. 얼음이 물러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과거 사고의 흔적이 드러나는 빈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족에게는 오랜 기다림의 끝이지만, 기후 관점에서 보면 빙하가 감당해 온 저장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표시에 가깝다.
당장 실종자 발견 뉴스가 이어진다면, 그 배경에는 매년 갱신되는 융해 기록이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과학자들은 온난화를 억제하지 못하면 스위스 빙하가 금세기 말 대부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프스의 얼음이 과거를 돌려주는 만큼, 그 얼음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