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강경 이민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를 11월 9일자 새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이민을 평생 의제로 삼은 인물이 백악관 운영의 중심에 서면서, 한국이 이미 겪은 조지아 단속과 H-1B 수수료 문제가 완화보다 유지·강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H-1B 수수료 최종 규정, 한미 비자 워킹그룹, E-4 신설을 담은 한국 동반자법의 의회 처리를 판단 기준으로 지켜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스티븐 밀러를 새 비서실장으로 지명한다고 올렸다. 밀러는 11월 9일 월요일부터 자리를 맡는다. 물러나는 수지 와일스는 트럼프 1·2기를 통틀어 가장 오래(약 21개월) 비서실장을 지냈고, 앞으로 트럼프의 정치조직으로 옮긴다.
시점이 핵심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통제권을 잃은 지 사흘 만의 인사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교체로 정책 기조가 더 오른쪽으로 갈 것으로 봤다. 한국 입장에서 당장 제도가 바뀐 건 없지만, 지켜볼 좌표는 분명해졌다.

Airam Dato-on
밀러의 현재 직함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이자 국토안보보좌관이다. 트럼프 2기 강경 이민정책을 설계한 인물로 통한다. 트럼프는 그를 "가장 신뢰하는 참모 중 하나"라고 불렀다.
비서실장은 정책을 직접 만드는 자리는 아니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안건을 추리고 일정을 짜며 각 부처를 조율하는 길목이다. 이민을 평생의 의제로 삼아 온 사람이 그 길목을 쥔다는 건, 어떤 사안이 먼저 다뤄질지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차기 하원 감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밀러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이 대목이 교민과 기업에 가장 가깝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단속국 단속으로 475명이 붙잡혔고, 한국 외교부 집계로 이 가운데 300명 넘는 한국인이 포함됐다. 대부분 협력사와 LG엔솔 소속이었고, 약 일주일 뒤 풀려나 귀국했다. 당국은 이들이 관광·단기상용(ESTA·B-1)으로 들어와 일했다고 봤지만, 유효한 비자 소지자까지 체포됐다는 지적도 나와 쟁점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전문직 비자도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19일 신규 H-1B 청원에 10만 달러 수수료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미 받은 비자나 단순 연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2026년 6월 연방법원이 이 수수료 징수를 위법으로 보고 제동을 걸었고, 이후 국토안보부는 10만3,265달러짜리 규정안을 다시 내놓았다. 소송과 규정 확정이 함께 진행 중이라 금액과 시행 시점은 유동적이다.
밀러는 2025년 중반 인도를 겨냥해 "이민정책에서 속임수를 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비자를 통상 협상 카드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비자와 무역을 공식적으로 묶은 정책이 발표된 건 아니다. 여기까지는 발언을 둘러싼 해석이고, 확정된 제도 변화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분명한 건 밀러의 지론이다. 그는 H-1B가 미국 노동자를 값싼 인력으로 대체하는 통로가 됐다고 본다. 전문인력 유입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이 백악관 운영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주재원 파견 계획에서 변수로 남는다.
세 가지가 판단 기준이다.
첫째, H-1B 수수료의 최종 규정과 소송 결과다. 금액이 그대로 확정되는지, 법원이 다시 막는지에 따라 기업의 비용 계산이 달라진다. 연말이 고비로 꼽힌다.
둘째, 한미 비자 워킹그룹이다. 조지아 사태 뒤 한국은 미 국무부와 워킹그룹을 만들어 ESTA·B-1 운용 개선부터 손봤다. 설치·점검·보수 정도는 단기 비자로 가능하다는 점을 1차 회의에서 확인했지만, 그 이상은 숙제로 남았다.
셋째, '한국 동반자법'이다. 외교부는 한국 전문인력을 위한 E-4 비자(최대 1만5,000명) 신설을 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법이 미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국만을 위한 비자 쿼터 입법은 2005년 호주(E-3) 이후 사례가 없다. 이번 선거로 의회가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이민 강경파가 백악관을 운영하는 구도라면, 입법 문턱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정리하면, 밀러 체제가 당장 새 규제를 쏟아낸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이미 치른 비용(단속, 수수료)이 완화되기보다 유지되거나 강화될 가능성 쪽에 무게가 실린다. 위 세 가지 일정에서 나오는 발표를, 소문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