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와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정부 추산 41만, 노조 추산 8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르코르뉘 총리가 연금을 포함해 540억 유로 규모의 재정 절감을 추진하면서 생활비 압박에 긴축 반발이 겹쳐 분노가 구조화됐다. 10월 31일로 예고된 추가 시위와 예산안을 둘러싼 불신임 표결이 정부의 다음 고비다.

10월 24일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상승과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참가 규모는 집계 주체에 따라 두 배 차이가 났다. 내무부는 파리 11만 명을 포함해 전국 41만 명으로 봤고, 시위를 주도한 노동총연맹(CGT)은 파리 25만 명을 포함해 80만 명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간극 자체가 이번 사태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부는 "통제 가능한 규모"라는 메시지를, 노조는 "민심이 폭발했다"는 메시지를 같은 하루에서 각자 읽어낸다. 숫자 해석이 곧 정치적 공방이다.

Oscar Chan
시위의 뿌리는 두 겹이다. 겉으로는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분노지만, 그 아래에는 정부의 긴축 예산이 깔려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내년 예산안에 540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86조 원 규모의 재정 절감을 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 칼이 향하는 곳이다. 연금 제도에서만 60억 유로를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고, 연금 인상률 동결과 은퇴자 세제 혜택 축소가 검토됐다. 국방비를 뺀 정부 부처 예산도 깎을 방침이다.
생활비는 오르는데 연금과 공공서비스는 줄인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에게 이 조합은 "허리띠를 왜 우리만 조이느냐"는 물음으로 모인다. 지난 17~18일 주말 시위에 대학생과 교원 노조, 노란 조끼 운동이 함께 가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모만 보면 열기는 한풀 꺾였다. 24일 집계(41만 명)는 경찰 추산 55만 명이 모였던 17일보다 적었다. 충돌과 폭력도 이전보다 누그러졌다는 것이 현지 보도의 평가다.
그렇다고 조용히 끝난 건 아니다. 정부는 경찰 7만 명에 헬기와 장갑차까지 동원했다. 파리 오후 집회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자전거와 스쿠터에 불을 질렀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맞섰다. 리옹에서도 최루탄이 쓰였다. 내무부는 체포 인원이 1,000명에 육박하며 더 늘 수 있다고 밝혔다.
거리의 열기보다 당국이 신경 쓰는 건 숫자 뒤의 불안정이다. 긴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금융시장에 신호를 보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차이는 9월 기준 96bp까지 벌어져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재정과 정국을 그만큼 불안하게 본다는 뜻이다.
정치 셈법도 아슬아슬하다. 극우 국민연합(RN)과 좌파 진영은 연금·부처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불신임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예산안 표결이 내각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구도다. 여기에 노란 조끼 측은 10월 31일 추가 시위를 예고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허가받은 노조 시위를 제외한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맞섰다. 거리와 의회가 같은 주에 맞물려 돌아간다.
프랑스의 장면은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긴축과 생활비에 지친 민심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금 지출을 어떻게 손댈지, 공공서비스를 어디까지 줄일지를 둘러싼 갈등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라면 피하기 어렵다.
프랑스가 보여주는 건 그 조정이 늦어지거나 한쪽에 쏠릴 때 비용이 거리로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당장 31일 시위의 규모와 예산 표결 결과, 두 가지가 다음 국면을 가를 변수다. 긴축의 속도와 분담의 공정함을 함께 설계하지 못하면 숫자 공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