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두 자녀 육아를 이유로 이달 말 사임한다고 밝혔다. 출산 후 복귀 44일 만의 결정에 트럼프의 반복된 복귀 압박 보도까지 겹치면서 미국에서는 이를 개인 선택으로 볼지 직무 구조 문제로 볼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 관리자 비율이 17.5%에 그치는 한국에도 이 물음이 그대로 겹쳐 읽힌다는 점을 함께 따져볼 만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달 말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임을 먼저 알린 쪽은 본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8월 12일 트루스소셜에 레빗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떠난다고 적었다.
레빗 본인의 설명은 더 직접적이었다. 그는 대변인직에 요구되는 끊임없는 시간과 에너지, 집중을 쏟으면서는 "두 어린 자녀에게 최고의 엄마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과 함께 임명된 그는 20대 역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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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자체보다 시점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레빗은 5월 1일 둘째 딸 비비아나를 낳고 7월 16일 브리핑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 44일 만에 사임했다. 짧은 복귀가 곧 사임으로 이어진 셈이다.
배경도 함께 알려졌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레빗이 육아휴직 중일 때 트럼프가 반복적으로 전화해 언제 복귀하느냐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사임 사유가 순수하게 개인적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자리 자체의 압박이 컸는지를 놓고 해석이 갈리는 대목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도 지적된다. 레빗은 그동안 직업적 성공과 좋은 엄마 노릇이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말해왔다. 사임의 말은 그 입장과 정반대로 읽힌다.
반응은 뚜렷하게 나뉘었다. 한쪽은 가족을 택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봤고, 다른 쪽은 최고위직 여성이 결국 육아 앞에서 물러났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했다.
일·가정 균형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상시 대기'가 요구되는 자리는 특히 육아 초기 여성에게 불균형하게 부담이 실린다는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하루 종일 대통령과 언론 사이에 서 있어야 하는, 그 '상시 대기'의 전형에 가까운 직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레빗의 사임은 개인의 선택인 동시에 직무 구조가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
이 논쟁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지표만 놓으면 한국의 조건이 더 팍팍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매기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로 2년 연속 최하위권이다.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24년 기준 17.5%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성별 임금격차는 약 31%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100대 기업 임원의 성비는 93.5 대 6.5에 그친다.
레빗 사례가 한국에 던지는 물음은 이렇게 정리된다. 고위직 여성이 육아를 이유로 물러날 때, 그것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그 선택을 강요하는 근무 구조를 볼 것인가. 미국의 논쟁은 이 두 프레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만 성급한 단정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레빗 개인이 실제로 어떤 저울질을 했는지는 본인만 안다. 확실한 것은, 최고위직에서도 육아와 직무의 충돌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여성 관리직 비율이 낮은 한국에서 이 장면이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