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6일 러시아산 원유를 겨냥한 제재법을 60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기름값과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과 효과를 둘러싼 회의론 때문에 명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국 독자는 원유 직수입보다 사할린Ⅱ LNG 예외와 국제 유가 흐름을 확인하는 편이 실질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6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를 겨냥한 제재와 관세를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상은 지난 9월 제정된 '린지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이다. 이 법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를 많이 사들이는 상위 5개 구매국과, 러시아 에너지를 계속 사거나 제재 회피를 돕는 나라에 최대 100%의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 조치를 전면 시행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기 위한 60일간의 유예라고 설명했다. 영구 폐기가 아니라 시한부 멈춤이라는 뜻이다. 앞서 10월 9일에는 러시아가 경유 30만 톤(약 225만 배럴)을 공급하는 거래와 맞물려 러시아산 연료 제재가 일시적으로 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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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기름값과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 공급이 흔들렸고,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드론 공격까지 겹치면서 미국 내 경유 가격이 70% 가까이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에너지가 세계 시장으로 돌아오면 공급 부족이 완화된다고 주장했다. 논리 자체는 단순하다. 묶여 있던 물량이 풀리면 가격을 아래로 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시점이다. 서명은 중간선거를 3주도 남기지 않은 때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선거 전 물가를 언급했다.
둘째는 효과다. 일부 분석가는 과거에도 재무부가 러시아산 원유에 한시적 면제를 내준 적이 있지만 미국 휘발유 가격이 뚜렷하게 내려가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제재를 풀어도 유가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전망이 엇갈리는 영역이다.
셋째는 반발의 폭이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톰 틸리스, 존 코닌 상원의원이 반대했고 틸리스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모스크바에 경제적 생명줄을 주는 데 아메리카 퍼스트는 없다고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제재 공백이자 푸틴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평했다.
유가 안정이 공식 명분인 것은 맞다. 다만 선거 일정과 대러 정책이라는 다른 셈법이 함께 읽힌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어느 쪽 무게가 더 컸는지는 60일 뒤 실제 시행 여부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입장에서 당장 챙길 지점은 세 갈래로 나뉜다.
먼저 원유 직수입은 쉽지 않다. 한국은 2022년 4월을 끝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멈췄고, 미국이 제재를 풀어도 결제망(SWIFT)과 보험 같은 제도적 제약이 남아 있어 당장 들여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LNG는 사정이 다르다. EU는 제21차 대러 제재 패키지에서 사할린Ⅱ 프로젝트의 LNG를 한국·일본으로 들여오는 거래를 2028년 3월 31일까지 예외로 인정했다. 한국가스공사가 EU 기업의 재보험 등을 받으며 잔여 계약 물량을 확보할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EU 비회원국인 영국은 아직 예외 대상이 아니어서 정부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유가 그 자체다. 원유 수입이 막혀 있어도 국제 유가가 오르면 경유·항공유 비용, 정유사 마진, 겨울철 가스 수급이 흔들린다. 러시아산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 풀리는지, 그래서 유가가 내려가는지를 따라가는 편이 한국 소비자와 기업에는 더 실질적인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