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야니 일가가 1차 배상금 지급 지연을 차별이라며 7700억 원을 청구한 2차 ISDS에서 2026년 9월 28일 만장일치로 전부 승소했고, 상대방이 소송비용 등 약 48억 원을 부담하게 됐다. 1차는 계약보증금 몰취에 대한 배상 책임을 가린 사건이고 2차는 그 배상금 지급 지연이 차별인지를 가린 별개 사건이라는 점이 핵심 차이다. 7700억 원 추가 유출은 막았지만 1차에서 확정된 858억 원 배상 책임은 남아 있어, 지급·공탁 처리와 상대방의 불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정부가 이란 다야니 일가를 상대로 한 2차 국제투자분쟁에서 이겼다는 소식에 "1차 때는 진 것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맞다. 두 사건은 당사자만 같을 뿐 다투는 내용이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투자분쟁(ISDS)은 외국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를 국제 중재에 세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제도다. 투자보장협정 위반을 다투기 때문에 국내 법원이 아니라 제3국 중재판정부가 판단하고, 판정 금액은 고스란히 국고에서 나간다. 그래서 승패가 곧 국고 문제로 직결된다.
1차는 계약보증금을 몰취당한 것이 부당하냐를 가린 싸움이었고, 2차는 그 1차 배상금을 정부가 늦게 준 것이 차별이냐를 가린 싸움이다. 1차에서 정부가 진 배상 책임은 2차 승소와 별개로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이겼다는데 왜 돈은 나가나"를 이해할 수 없다.

KATRIN BOLOVTSOVA
발단은 2010년이다. 다야니 일가는 워크아웃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고 자회사를 통해 계약보증금 약 578억 원을 냈다. 그런데 채권단이 투자확약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몰취했다.
다야니 측은 이를 한국-이란 투자보장협정 위반이라며 2015년 ISDS를 제기했고, 2018년 약 730억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정부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19년 12월 패소가 확정됐다. 정부가 패소가 확정된 첫 ISDS였다. 이자가 붙으면서 배상금은 약 858억 원으로 불었다.
2차는 다야니 일가 6명이 "정부가 1차 배상금을 제때 주지 않은 것 자체가 부당한 차별"이라며 7700억 원을 추가로 청구한 사건이다.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이유로 지급을 미룬 행위를 문제 삼았다.
2026년 9월 28일, 중재판정부는 만장일치로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지급 지연은 자의적인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지키기 위한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낸 취소 소송이나 국내 법원 공탁도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제재라는 외부 제약을 정부가 임의로 어길 수는 없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번 판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비용 부담이다. 판정부는 다야니 측이 정부 소송비용의 75%인 약 40억 원과 중재행정비용 약 8억 원을 물도록 했다. 이기기만 한 게 아니라 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돌려받는 구조다. 1차 배상금을 걸어 2차로 더 받아 내려던 이른바 '꼬리물기' 청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고 관점에서 상황이 깔끔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2차로 7700억 원의 추가 유출을 막고 48억 원가량을 회수하게 됐지만, 1차에서 확정된 858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다. 1차 배상금의 실제 지급과 공탁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그리고 다야니 측이 이번 2차 판정에 또 불복 절차를 밟을지다. 정부 승소가 곧 분쟁의 완전한 종결을 뜻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