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으로 20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111달러를 넘었지만, 10월 둘째 주 국내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856.6원으로 22주 연속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정제·유통 단계를 거쳐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번 상승분은 아직 주유소에 도착하지 않았다. 두바이유와 원/달러 환율, 오피넷 주간 동향을 함께 보면 기름값 반등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20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달러를 넘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이 기뢰에 피격됐다는 소식에 공급 차질 우려가 번진 결과다. 그런데 같은 시기 국내 주유소는 반대로 움직였다. 오피넷 집계에서 10월 둘째 주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리터당 1,856.6원으로 22주 연속 내렸다. 경유도 1,842.8원으로 떨어졌다.
이 괴리의 답은 시차다. 지금 오르는 국제유가는 아직 주유소에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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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길목이다. 유조선이 공격받아 통항이 줄면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두바이유·브렌트유 같은 국제 원유값이 먼저 뛴다. 한국이 수입 기준으로 삼는 두바이유는 16일 기준 배럴당 106달러선, 주간 평균은 108달러대였다. 20일에는 브렌트유가 111달러, WTI가 109달러까지 올라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 닿았다.
주의할 점은 원유값과 휘발유 가격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주유소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원유 그 자체보다 국제 휘발유·경유 같은 석유제품 가격이다. 지금 호르무즈에서는 선박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까지 겹쳐, 공급 차질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바로 다음 날 주유소값이 바뀌지 않는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고, 정유사가 공급가를 정하고, 그 가격이 주유소 판매가로 넘어가는 단계를 거친다. 주유소는 당장의 국제 시세가 아니라 이미 받아둔 재고와 정유사 공급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긴다.
그래서 국제유가 변동은 대체로 2~3주 뒤에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지금 주유소값이 내리는 것은 몇 주 전의 하락분이 뒤늦게 나타난 것이고, 이번 호르무즈발 상승은 아직 반영 전이다.
국제유가만 보면 절반만 본 셈이다. 한국은 원유를 달러로 사기 때문에, 달러 기준 유가가 제자리여도 원화가 약해지면 수입 원가가 올라간다. 반대로 원화가 강해지면 유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한다. 유가와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체감 기름값은 더 빠르게 뛴다.
다만 완충 장치도 있다. 국내 기름값에는 리터당 정액으로 매겨지는 유류세가 큰 몫을 차지한다. 세금 부분은 유가가 급등해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률보다 완만해진다.
기름값이 언제 반등할지는 몇 가지만 챙겨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올랐다는 뉴스만으로 당장 주유소에서 지갑이 더 열리지는 않는다. 다만 호르무즈 긴장이 2~3주 이어진다면, 22주째 내리던 기름값이 방향을 틀 가능성은 열어두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