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이 8월 13일 1년 만에 재방한해 총리·재계와 SMR 협력을 논의한다. HD현대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은 케머러 1호기의 원자로 용기·코어배럴·EPC를 부품 단위로 이미 맡고 있어 협력은 제작 단계까지 들어와 있다. 이번 회동이 기존 협력의 연장인지 새 단계인지는 신규 계약·발주 일정이 나오는지, 아니면 재확인에 머무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8월 13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난해 8월 방한 이후 정확히 1년 만이다. 이번 방문의 무게중심은 자선 활동이 아니라 그가 창업한 차세대 원전기업 테라파워에 있다.
일정의 뼈대는 이렇다. 14일 한성숙 국무총리와 회동하고, 한국수력원자력·HD현대·두산에너빌리티 경영진과 잇달아 만난다. 명분은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 중인 테라파워의 첫 소형모듈원전(SMR) '케머러 1호기'의 진행 상황 점검이다. 여기에 후속 SMR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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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정의 핵심은 정기선 HD현대 회장과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마주 앉는다.
논의 의제로 거론되는 것은 원자로 핵심 설비 공급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5월 테라파워와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원자로 외함시스템(RES) 핵심 설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원자로 용기 제작도 맡고 있다. 이번 회동은 이 협력을 케머러 1호기 이후의 후속 호기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자리로 읽힌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 두는 편이 정확하다. 후속 참여 '확대 논의'가 곧 새 계약 체결을 뜻하지는 않는다. 회동 자체는 방향을 확인하는 단계이고, 실제 물량은 프로젝트별로 따로 계약된다.
테라파워 SMR의 국내 참여는 추상적 협력이 아니라 부품 단위로 이미 자리 잡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내부 노심을 감싸는 코어 배럴, 원자로를 이중으로 둘러싸는 가드 베셀, 원자로 지지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를 만든다. HD현대중공업은 원자로 용기와 외함시스템을 담당한다. 발전소를 실제로 짓는 설계·조달·시공(EPC)은 현대건설이 맡는 구조다. 각 사가 겹치지 않는 영역을 나눠 맡고 있어, 한 프로젝트에서 여러 국내 기업이 동시에 물량을 받는 형태다.
게이츠가 한국을 반복해 찾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테라파워는 원자로를 설계하지만 대형 기자재를 직접 제작하는 능력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 조선·플랜트에서 쌓인 국내 중공업의 대형 구조물 제작 역량이 SMR 상용화에 필요한 공급처로 맞물린 셈이다.
케머러 1호기의 완공 목표는 2030년이다. 미국에서 짓는 원자로 안에 한국 중공업의 기자재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국내 원전 공급망이 설계나 시공 단계를 넘어 실제 제작 단계까지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번 회동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기존 협력의 연장인지, 새 단계로의 진입인지는 방한 이후 나오는 신호로 판단할 수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점검'과 '확대 논의' 수준이다. 이는 협력의 방향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자체로 새 단계를 확정하지는 않는다. 방한이라는 상징적 이벤트와 계약이라는 실질적 진전을 같은 무게로 보지 않는 것이 이번 뉴스를 정확히 읽는 방법이다. 결과 발표의 문구가 '재확인'에 머무는지, '신규'로 넘어가는지가 판단의 갈림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