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3.3%로 7월보다 0.7%포인트 올렸고, 상향폭이 주요 선진국과 세계 전체를 모두 웃돌았다. 중동전쟁의 충격을 압도한 반도체 중심 수출이 배경이지만, 성장의 온기가 소비와 고용으로 번지지 않는 K자형 양극화가 그늘로 남아 있다. 기관마다 전망치가 다르고 대통령의 '4%대' 언급은 전망이 아닌 기대에 가까우므로, 숫자 하나보다 그 전제와 분포를 함께 봐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3.3%로 제시했다. 7월 전망보다 0.7%포인트 높인 수치이고, 상향폭이 주요 선진국과 세계 경제 전체를 모두 웃돌았다. 전망대로라면 코로나로 역성장한 2020년을 빼고 2010년 이후 16년 만에 한국 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앞서게 된다.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만 보던 분위기에서는 눈에 띄는 반전이고, 바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Rômulo Queiroz
IMF가 꼽은 배경은 분명하다.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는 '강력한 반도체 중심 대외수요'다. IMF는 한국을 대만과 함께 세계 'AI 하드웨어 핵심 교역국'으로 지목했다. 지정학 리스크라는 하강 요인보다 반도체·AI 수출이라는 상승 요인이 더 컸다는 판단이다. 상향에 나선 건 IMF만이 아니다. OECD는 지난달 3.7%로 올렸고, 해외 주요 투자은행의 평균 전망치는 3.5%, JP모건은 4%를 제시했다. 바깥에서 보는 한국 경제의 체온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셈이다.
여기서 구분할 게 있다. IMF의 3.3%는 특정 가정 위에서 모델로 계산한 전망치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4%대 성장 가능성'은 정책 의지와 기대가 담긴 메시지에 가깝다. 둘 다 성장을 말하지만, 하나는 조건이 바뀌면 수정되는 예측이고 다른 하나는 지향점이다. 실제로 대통령도 "성장의 빛이 화려할수록 그 이면의 그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며 수치 자체보다 분배를 강조했다. 기관의 전망치와 정책 메시지를 같은 무게로 읽으면 혼란스러워지는 이유다.
성장률이 높아도 모두의 지갑이 두툼해지는 건 아니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일부 제조 대기업과 그 종사자에게 집중되면서, 2분기 기준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경상소득 격차는 8.5배로 벌어졌다. 수출은 뜨겁지만 소비는 두 달째 줄었고, 청년 취업자 수는 4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고유가로 물가 부담은 커지는데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서, 성장률 숫자와 가계가 느끼는 체감 사이 거리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집계된 성장률 한 줄이 체감 경기와 어긋나는 배경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과 일자리, 포용금융을 3대 과제로 꼽은 것도 이 간극 때문이다.
외국 기관의 전망 기사를 볼 때는 세 가지를 챙기면 덜 휘둘린다. 첫째, 숫자는 기관과 발표 시점마다 다르다. 같은 한국을 두고 IMF는 3.3%, JP모건은 4%를 말한다. 둘째, 전망은 전제가 깔린 예측이다. '반도체 수요가 이어진다면'이라는 조건이 흔들리면 수치도 바뀐다. 셋째, 평균은 분포를 가린다. 성장률이 높다고 내 체감 경기가 같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한 축에 기댄 성장일수록 외부 충격에 흔들리기 쉽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하다. 상향된 전망치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숫자가 어디서 왔고 누구의 지갑까지 닿았는지를 같이 보는 것이 뉴스를 덜 오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