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9일 다음 달 중국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며 2주 전보다 신중해졌다. 북한이 물밑 접촉에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 조율 없이 정상회동부터 열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북미 실무 접촉이 재개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는지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10월 19일 백악관에서 다음 달 중국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누군가 회담을 요청하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다"는 말은 덧붙였지만, 회담 성사 자체에는 거리를 뒀다.
불과 일주일 전과 결이 다르다. 10월 12일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에 "그럴 수도 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올가을 네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참모들에게 주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주일 사이 "그럴 수도"에서 "모르겠다"로 내려온 셈이다.
무대는 11월 18~19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다. 지난해 경주 회의에서 의장국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 참석차 방중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 백악관이나 중국 외교부가 그의 최종 참석을 공식 확정한 단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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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가 꺾인 핵심 이유는 북한이 아직 호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보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북한이 물밑 접촉이나 실무 협의에 응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신중론의 배경으로 짚는다. "누가 회담을 요청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발언 자체가 접촉 채널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다.
북한의 입장은 수년째 일관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2월 미국이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면 마주 설 수 있다고 했고,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비핵화를 요구하는 협상은 상대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군축에는 응할 뜻을 비치되, 비핵화 협상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내건 목표와 북한이 열어둔 문 사이에 간극이 크다.
여기에 북핵 규모가 커지고 북러 밀착이 깊어지면서, 협상 난도는 2018~2019년 1·2차 회담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이 만나겠다는 의지만으로 회담이 열리지는 않는다. 과거 싱가포르·하노이 회담도 아래 단계를 밟았고, 지금은 그 첫 단추부터 비어 있다.
먼저 물밑 접촉 채널이 살아나야 한다. 뉴욕 채널이든 제3국 경로든, 양측이 회담 의사를 실제로 교환하는 단계다. 현재 막힌 지점이 바로 여기다.
다음은 의제 조율이다. 미국의 비핵화와 북한의 핵보유국 전제 군축이라는 서로 다른 출발점을 어디까지 맞출지 가늠하는 작업으로, 가장 어려운 고비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지점도 여기였다.
의제에 접점이 보이면 장소·형식·경호·의전 같은 실무가 따라온다. 선전 현지 회동이냐 별도 장소냐, 단독 회담이냐 수행단을 둔 형식이냐가 조율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사전 실무회담에서 합의문 초안의 수위를 맞춰야 정상이 마주 앉는다.
지금 공개된 신호만 보면 북미는 첫 단계인 물밑 접촉에서부터 전진하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르겠다"는 이 공백을 그대로 반영한 답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별도의 변수는 미·중·러 3자 회담이다. 크렘린궁은 APEC을 계기로 세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이 원하면 응하겠다며 핵과 비핵화를 의제로 꼽았다. 다만 일정도 의제도 합의된 바 없어, 현재로선 가능성에 머문다.
한국이 지켜볼 지표는 세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북미 물밑 접촉이 재개됐다는 신호가 나오는지다. 이것이 없으면 정상회동은 선언에 그친다. 둘째, 회담이 추진될 경우 한국이 협의에서 빠지지 않는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북미 대화 재개 과정에서 한국이 패싱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대화 재개 여건을 한국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처럼 대화 분위기 조성용 조치가 추가로 나오는지다.
성사 여부를 지금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음 달 선전까지 남은 한 달, 물밑 접촉이 되살아나는지가 회담의 향방을 가를 첫 가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