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0월 2일 트루스소셜에 한국이 미국 석유회수증진(EOR) 사업에 8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올렸지만, 사업 지역과 주체, 한국의 합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9월 30일 백악관이 밝힌 알래스카 LNG 540억 달러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합의된 금액이 아니라며 유감을 표했다. 지금 나온 숫자는 미국 측의 일방 발표에 가까우며, 한국 정부 공식 발표와 기업 공시가 나와야 실체를 판단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대한민국과의 합의가 계속 더 좋아지고 있다"며 한국이 석유회수증진(EOR) 사업에 84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EOR은 기존 유전에 물이나 가스, 화학물질을 주입해 원유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그는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생산한다는 것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발표의 모양새는 분명하다. 하지만 발표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내용이 두 나라 사이에 합의됐다는 사실은 다른 문제다. 지금 나온 숫자를 확정된 투자로 읽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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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트럼프가 이런 글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다. 84억 달러라는 금액과 EOR이라는 사업 종류도 그의 글에 담겼다. 앞서 9월 30일 백악관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알래스카 관련 투자로 540억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측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는 흐름도 사실이다.
여기까지가 지금 시점에 확인되는 범위다. 미국 측이 무엇을 말했는지는 분명하지만, 한국이 그 말에 동의했는지는 별개다.
핵심 공백은 한국의 합의 여부다. 84억 달러 EOR 사업은 구체적인 지역도, 투자 주체도, 세부 사업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누가 이 돈을 대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9월 30일 알래스카 540억 달러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합의된 투자액이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국내법 절차를 지킨다는 조건을 달았다. 즉 한국은 금액 자체를 확정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곧 합의하지 않으면 청구액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압박한 것도, 뒤집어 보면 아직 합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 발표들은 허공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한미 무역 합의에는 한국이 미국 내 프로젝트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에너지를 구매한다는 큰 틀이 깔려 있다. 트럼프가 내놓는 알래스카 LNG, 원전, EOR 같은 개별 숫자는 이 틀 안에서 구체적인 사업을 하나씩 채워 넣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큰 틀의 총액과 개별 사업의 합이 아직 맞물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자국에 유리한 사업을 먼저 숫자로 띄우고, 한국은 상업성과 절차를 따진 뒤에야 개별 건을 확정하려 한다. 그래서 같은 사안을 두고 양측 발표의 온도가 다르다.
미국 발 숫자가 나올 때마다 휘둘리지 않으려면 확인할 창구를 정해 두는 게 낫다.
정리하면 지금은 트럼프의 발표만 있고 한국의 확인은 없다. 84억 달러든 540억 달러든, 한국 정부나 기업의 공식 확인이 따라붙기 전까지는 '제안된 숫자'로 읽는 편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