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이 11월 10~11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9개월 만에 3자 실무 협상을 재개한다. 멜라니아 트럼프가 중재한 헤르손 국지 휴전이 1일 끝나고 이튿날 교전이 다시 번진 직후여서, 이번 협상이 국지 휴전을 넘어 전국 단위 논의로 올라설지가 관건이다. 우크라이나의 실제 참여, 영토·안보 보장의 구체화, 다음 일정 합의 여부를 보면 성과를 가늠할 수 있다.
이번 협상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바로 앞의 일주일을 봐야 한다.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이 중재한 헤르손 지역 휴전은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가장 긴 교전 중단이라고 평가했고, 그사이 러시아 점령지 올레시키로 인도적 임무가 들어가 수백 명의 주민이 빠져나왔다.
휴전은 전국이 아니라 한 지역에 한정된 것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연장 제안을 거부했고, 11월 2일 오전 8시께 헤르손에서 다시 드론 공격이 시작됐다. 같은 날 자포리자주 코미슈바하 마을에서는 구호품 배분소와 주민 대피소가 잇따라 공격받아 보도에 따라 수십 명이 숨졌다.
혼란은 전장 밖에서도 번졌다. 11월 1일 밤 우크라이나 공습경보 앱이 해킹돼 화학·핵 경보가 잘못 표시됐고, 이튿날 새벽에는 러시아 비상사태부 앱이 33개 지역에 가짜 핵 위협 경보를 띄웠다. 회담을 코앞에 두고 긴장은 오히려 높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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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은 11월 10~11일 아부다비에서 열린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협상이 멈춘 뒤 약 9개월 만의 재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위트코프 미국 특사를 만난 뒤 협상 복귀에 동의했다.
주의할 점은 이번이 정상회담이 아니라 실무급 협상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러시아에서는 메딘스키가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위트코프는 전후 안보 체제, 긴장 완화, 인도적 지원, 향후 평화 조치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푸틴·트럼프·시진핑의 미·중·러 정상회담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추진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경계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자국이 빠진 채 강대국끼리 종전의 틀을 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실무 협상은 성명 한 줄로 성패가 드러나지 않는다. 쟁점별로 신호를 나눠 읽는 편이 정확하다.
첫째는 휴전의 범위다. 논의가 헤르손 같은 국지 휴전에 머무르면 답보, 전국 단위 교전 중단이 의제에 오르면 진전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광범위한 휴전 요구를 반복해 거부해 왔다.
둘째는 우크라이나의 자리다. 우크라이나 대표가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 문안에 관여하는지, 아니면 미·러가 먼저 틀을 정하고 통보하는 구도인지가 갈림길이다.
셋째는 영토와 안보 보장이 말의 수준을 넘는가다. 러시아는 동부 점령지를 더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아 왔다. '전후 안보 체제'라는 표현이 구체적 보장 장치로 번역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넷째는 다음 일정이다. 결렬 없이 후속 회담 날짜나 실무 그룹 구성이 나오면, 이번 테이블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신호다. 반대로 '건설적이었다'는 평가만 반복되면 실질 진전은 적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한국 독자가 이 협상을 지켜볼 이유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에너지가 첫째다. 종전 기대가 커지면 유럽 가스와 국제 유가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 다만 국지 휴전조차 사흘 만에 깨진 전례가 있는 만큼, 가격이 종전 기대만으로 크게 움직인다면 과도한 반응일 수 있다.
방산이 둘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럽의 재무장 수요는 유지되지만, 실질적 종전 논의가 진전되면 수요의 성격은 당장의 소모품에서 장기 전력 재건 쪽으로 옮겨간다. 어느 쪽이든 수요가 사라지는 국면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셋째는 재건이다. 교전이 멈춰야 재건 논의가 본격화되는데, 이번 회담은 아직 그 전 단계다. 재건 수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전국 휴전이 의제에 오르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순서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