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10월 24일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단둥을 찾아 왕후닝 정협 주석을 만났는데, 방중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왕이 방북과 시진핑 방북에 이어진 이번 왕래는 새 교역로 개통과 대중 무역 반등 속에 북·중 경제·정치 밀착이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미국의 대중 억제가 겹치는 국면에서 한국은 시진핑-김정은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대중 교역 흐름을 신호로 지켜봐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월 24일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찾았다. 항미원조기념관을 둘러보고 권력 서열 4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난 뒤, 그날 바로 돌아갔다. 김여정·최선희 등이 동행했다.
눈에 띄는 건 두 가지다. 먼저 당일치기였다는 점,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들어가 시 주석을 만나지 않고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정보원은 국회에 영접 인사를 리창 총리로 보고했다가 왕후닝 주석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Lipot Repaszky
지난해 베이징 방문은 약 일주일 전 양국이 일정을 예고했다. 이번에는 사전 발표 없이 당일에야 알려졌다. 요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올해 북중 고위급 왕래 자체는 드물지 않았다. 4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고, 6월에는 시 주석이 북한을 찾았다. 그리고 10월 김 위원장의 단둥행으로 이어졌다. 한 해에 외교·정상·당 라인이 번갈아 오간 셈이다. 당 대 당 관계를 맡는 노동당 국제 라인도 가동되고 있다.
말잔치만은 아니다. 물적 토대가 받치고 있다. 10월 15일 왕복 4차로, 길이 3km의 신압록강대교가 문을 열었다. 그동안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신의주-단둥의 2차로짜리 중조우의교에 몰려 있었는데, 새 다리가 이 병목을 넓힌다.
숫자도 돌아서고 있다. 중국 해관 통계 기준으로 2026년 1~8월 북한의 대중 수입은 1년 전보다 12.0% 늘어 약 15억3500만 달러였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은 52.1% 급증해 약 4억2400만 달러로, 이미 2025년 한 해 수출액의 96%에 이르렀다. 수출 품목은 제재 대상이 아닌 가발·속눈썹(2025년 46.6%)과 텅스텐광(7.2%) 등에 쏠려 있다. 제재의 틈을 비켜 간 교역이 북한의 숨통을 틔워 준 모양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이번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북미 대화 재개를 저울질하고, 미국 중간선거가 막 끝난 국면에 나왔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에 관한 북한의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국회에 보고했다.
여기서 한국의 고민이 갈라진다. 뉴스1에 따르면 하경석 연구위원은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대중 억제와 동맹 부담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북미 합의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북이 중국에 기대 버티는 동안, 한국은 미중 갈등과 북미 접촉이라는 두 갈래 변수에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어느 쪽도 한국이 주도권을 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 숙제의 핵심이다.
정세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다음 신호들로 가늠할 수 있다.
밀착은 선언이 아니라 다리와 숫자, 그리고 오가는 사람으로 확인된다. 한국이 지켜봐야 할 것도 수사(修辭)가 아니라 그 세 가지의 움직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