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월 누적 수출이 9,300억 달러로 사상 처음 9천억 달러를 넘어 11월 중 연간 1조 달러 달성이 유력하다. 10월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반도체가 채웠는데, 상당 부분이 AI발 메모리 가격 상승에서 나와 체감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를 뺀 품목의 흐름, 물량과 가격의 구분, 관세에 민감한 대미 수출의 지속성을 월별 통계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

산업통상부 발표를 보면 1~10월 누적 수출이 9,300억 달러로, 사상 처음 9,000억 달러를 넘었다. 연간 1조 달러까지는 약 700억 달러가 남았고, 현재 추세라면 11월 중 달성이 유력하다. 1조 달러 고지에 오르면 독일·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라고 전해진다.
10월 한 달 수출은 1,152억 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93.7% 늘었다. 9월 1,211억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1,100억 달러를 넘겼다. 무역수지도 425억 달러 흑자로 2개월째 400억 달러를 웃돌았다. 주력 20개 품목 중 18개가 늘었으니, 특정 품목만의 반짝 실적은 아니다.
다만 93.7%라는 증가율은 그 자체로 조심해서 읽어야 하는 숫자다. 한 해 만에 수출이 두 배 가까이 뛰는 건 평상시 경제에서 보기 드문 폭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반도체 가격 급등과 낮았던 지난해 기저가 함께 끌어올린 결과라, 증가율만 떼어 '수출 경쟁력이 두 배가 됐다'고 읽으면 과장이 된다.

Sergei Starostin
문제는 쏠림이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564억 4,000만 달러로 259.4% 급증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9%에 이른다. 수출 두 건 중 한 건이 반도체인 셈이다.
비중이 커질수록 반도체 업황이 꺾일 때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봐야 한다. 이번 급증의 상당 부분은 AI 투자 붐에 따른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에서 나왔다. 즉 같은 양을 팔아도 단가가 오르면 수출액은 늘어난다. 금액이 뛰었다고 해서 우리 기업이 물량을 그만큼 더 판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격 효과와 물량 증가를 나눠 봐야 체감 경쟁력을 오해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보면 10월 대미 수출은 249억 달러로 185.8% 늘었다. 그런데 1년 전인 2025년 10월만 해도 대미 수출은 관세 영향으로 16.2% 줄었다. 같은 10월인데 방향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이 반등에는 낮았던 지난해 기저와 통상 환경 변화가 함께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관세와 통상 정책이 다시 조여지면 대미 수출은 그만큼 빠르게 식을 수 있다. 대중 수출도 269억 8,000만 달러로 133.6% 늘었는데, 특정 시장과 품목에 쏠린 구조는 외부 변수에 그만큼 민감하다. 숫자가 좋을 때일수록 그 숫자가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따져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매달 수출 통계가 나올 때 네 가지를 함께 보면 흐름이 읽힌다.
1조 달러는 분명한 성과다. 다만 반도체 쏠림, 가격 효과, 통상 환경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받쳐줄 때 이어지는 기록이다. 다음 달 통계는 이 세 축이 여전한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