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북한군 2명을 한국으로 보낸 사실이 유엔총회에서 공개되자, 한국 정부는 비공개 원칙을 깼다며 항의하고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했다. 정부가 이 사안을 조용히 다루려는 이유는 송환자와 북한 가족의 신변 안전, 국제법상 자발적 의사 확인의 정당성, 러시아·무기지원이 얽힌 외교 셈법 세 가지다. ICRC의 의사 확인 절차, 한-우크라 관계 복원, 러시아·북한의 반응이 앞으로 지켜볼 신호다.

우크라이나가 붙잡은 북한군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한국 정부는 환영이 아니라 항의로 답했다. 포로를 받은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이 '공개됐다'는 데 화를 낸 것이다. 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송환 사실을 밝히자, 정부는 사전에 합의한 비공개 원칙을 깼다며 10월 8일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 사안을 조용히 다루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크게 세 가지다.

Psilo Cybe
얽힌 나라가 넷이다. 두 포로는 2025년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고, 이후 한국행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귀순 의사가 분명하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면서도 포로의 인적 사항과 이송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들의 신병 인도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전언이고, 북한은 파병 사실 자체를 공식 인정한 적이 없다. 당사자가 많고 저마다 셈법이 다르다는 점이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가장 앞선 이유는 사람의 안전이다. 국가정보원은 송환자 본인과 북한에 남은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비공개가 필수였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은 탈북이나 전향을 반역으로 다루고, 남은 가족에게 연좌 책임을 묻는 체제다. 포로가 한국으로 왔다는 사실, 특히 신원이 드러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직접적인 위험에 놓인다.
국회 국정감사에 나온 주우크라이나 대사대리도 양국이 "외부에 최대한 오래 알리지 않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개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어도, 되도록 알리지 말자는 데는 뜻이 맞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부에게 이번 공개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로 읽혔다.
두 번째는 법의 문제다. 제네바 제3협약은 전쟁 포로를 종전 후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 원칙만 따르면 북한군 포로는 러시아나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엔 예외가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포로가 본국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할 실질적 위협에 놓인 경우 송환 의무의 예외로 봐야 한다고 해석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은 금지된다고 밝혔다. 고문이나 박해 위험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다.
한국은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본다. 그래서 포로가 귀순 의사를 밝히면 받아들일 근거가 있다. 다만 관건은 '자발적 의사'를 어떻게 확인하느냐다. 전문가들은 ICRC 같은 중립 기관의 입회 아래 의사를 검증해야 절차의 정당성이 선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의사를 확인하면, 전향을 강요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원칙과 예외 사이,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는 외교다.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와의 관계, 무기 지원 요구가 한데 묶여 있다. 우크라이나는 K9 자주포와 포탄, 전차 등 한국산 무기 지원을 희망해 왔지만, 한국은 대외무역법에 따라 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직접 수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왔다. 인도적·비살상 지원만 이어온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공개'가 민감해진다. 한국 정보당국은 포로 송환의 대가로 군사 지원을 약속한 비밀 거래는 없다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가 송환 사실을 국제무대에서 공개함으로써 여론을 환기해 무기 지원을 끌어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공개가 곧 외교적 압박 카드가 된 셈이다. 러시아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도 관리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조용한 처리가 운신의 폭을 넓히는 길이었다.
이 사안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지켜볼 신호는 분명하다.
정부가 말을 아끼는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개된 한마디가 사람과 외교 양쪽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이 '포로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왜 공개됐느냐'에 쏠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