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9월 1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의 폭발물 드론 사건을 러시아 정보기관의 공작으로 결론짓고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를 발표했다. 드론 부품·폭약·기폭장치가 기존 러시아 하이브리드 작전과 일치하고 DNA·통신장비 단서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정황이 아닌 물증에 근거한 결론이다. 러시아의 맞대응 여부와 이 방식이 다른 유럽국으로 번질지가 이후 관계의 향방을 가른다.
지난 8월 4일 저녁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이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An-124 화물기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 항공기는 프랑스에서 탄약을 싣고 온 기종으로, 충돌 당시에는 화물을 비운 상태였다. 첫 드론에는 약 800g의 고성능 폭약(PETN)이 실려 있었고, 이후 8월 중순 인근 들판에서도 폭약을 단 드론이 추가로 나왔다.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은 화물 물류의 거점이자 우크라이나행 군수품이 지나는 통로다. 그 길목에서 폭약을 단 드론이 잇달아 나왔다는 점에서, 독일 당국은 이를 단순 사고나 장난이 아니라 계획된 공작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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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이 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했다"고 결론지었다. 근거는 정황이 아니라 물증 쪽에 실렸다.
도브린트는 드론 부품과 폭약, 기폭장치가 "러시아의 다른 하이브리드 작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확인된 것들"과 같은 계열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현장에서 나온 DNA 흔적, 통신에 쓰인 SIM 카드와 5G 라우터, 신호 중계 장비 같은 구체적 단서가 더해졌다. 특정 세력의 수법과 장비가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다.
미국 당국도 러시아 소행이라는 독일의 판단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정보 채널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부인했다. 주독 러시아 대사는 "근거 없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러시아 측은 이를 날조로 규정했다.
독일이 꺼낸 대응의 무게는 어디를 닫았느냐에서 드러난다. 9월 18일 문을 닫는 본(Bonn)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은 독일에 남아 있던 마지막 러시아 총영사관이다. 지역 영사 창구를 사실상 전부 걷어낸 셈이다.
총영사관이 닫히면 그 지역에서 이뤄지던 영사·행정 업무 창구가 사라져 실무 접점 자체가 줄어든다. 여기에 베를린의 러시아 문화원 격인 '러시아하우스' 운영을 끝내고, 러시아 국적자 입국 심사를 강화했다. 서방 제재를 우회해 원유를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함대'에 대한 제재도 함께 조였다.
다만 대사관 자체를 닫거나 외교 관계를 끊는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 총영사관과 문화 채널은 접되 최소한의 외교선은 남겨둔, 강하지만 문은 열어둔 조치로 읽힌다.
이번 결정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독일이 공식적으로 러시아 정보기관을 특정하고 곧바로 외교 조치를 붙였다는 데 있다. 하이브리드 위협을 규탄에서 그치지 않고 제도적 대응으로 옮긴 사례다.
유럽 진영은 힘을 실었다. 나토 사무총장과 EU 집행위원장은 독일에 "완전한 연대"를 약속했고, EU 측은 하이브리드 공격을 대응 없이 넘기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관건은 다음 수순이다. 러시아가 맞대응 추방이나 자국 내 독일 공관 제한으로 나올 경우 갈등은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반대로 물증을 앞세운 이번 방식이 다른 유럽 국가로 번지면, 하이브리드 공작에 대한 대응이 개별 사건 대응을 넘어 공동 규범으로 굳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유럽과 러시아의 거리는 더 벌어지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