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미 해병대원이 여성 살해 혐의로 체포되자 미일 지위협정의 재판권과 신병 인도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됐다. 공무 외 범죄의 1차 재판권은 주둔국인 일본에 있지만, 실제 갈등은 기소 전 신병을 누가 확보하느냐에서 벌어진다. 한국과 비교하려면 공무 판단 기준, 신병 인도 시점, 협정 본문과 운영 개선을 나눠 확인해야 한다.

2026년 10월, 오키나와 나하시의 한 호텔에서 39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키나와현 경찰은 후텐마기지 소속 미 해병대 상병(20)을 살해와 금품 강취 혐의로 체포했다. 사인은 목이 졸린 데 따른 질식으로 파악됐고,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빨랐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했고, 대사는 유감을 표하며 수사에 전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도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에서 수사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재발 방지와 미군 규율 강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신병이다. 용의자가 기지 밖에 있을 때 현 경찰이 먼저 신병을 확보한 덕분에, 현재 구금은 일본 당국이 맡고 있다. 미군 기지 안에서 붙잡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이다.
Photo by Senad Palic on Unsplash
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재판권은 '공무 중이었는가'로 1차 갈린다. 미일 협정에서 공무 외 범죄는 주둔국인 일본이 1차 재판권을 갖는다. 이번 같은 사건이 일본 법정에서 다뤄지는 근거다.
문제는 재판권이 아니라 신병 인도 시점이다. 미국이 용의자 신병을 확보하고 있으면, 원칙적으로 일본 검찰이 기소할 때까지 미국이 신병을 보유한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주둔국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관행은 1995년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미군의 소녀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손질됐다. 이후 미국은 살인·성폭행 같은 중대 범죄에서 기소 전이라도 신병을 넘기는 길을 열었다. 다만 명문화된 의무는 아니어서 최종 결정권은 미국에 남아 있다. 일본 보도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기소 전 신병 인도 요청 6건 중 5건에 미국이 응했다. 1960년 체결된 미일 협정 본문이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겹쳐, 오키나와현은 신속한 신병 인도를 협정에 명문으로 못 박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독자가 "우리는 어떤가"를 가늠하려면 몇 가지를 나눠 봐야 한다.
첫째, 공무 여부의 판단이다. 한미 협정에서도 공무 중 범죄는 미군이 1차 재판권을 갖는데, 과거 보도에서는 공무 여부를 미군 측 공무증명서로 판단하는 점이 쟁점으로 지적됐다. 공무 외 범죄는 한국이 1차 재판권을 갖는다는 점은 일본과 같다.
둘째, 신병 인도 시점이다. 한미 협정도 살인·강간 등 주요 범죄에서 기소 이후 신병을 넘기는 것이 원칙이었고, 이후 합동위원회 합의로 기소 전에도 협의를 거쳐 인도받을 수 있도록 운영이 개선됐다. 체포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초동수사를 마칠 때까지 한국이 신병을 확보하는 길도 생겼다. 다만 이 내용은 과거 자료에 기댄 것이라, 2026년 현재 운용 기준은 외교부 자료로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협정 본문과 실제 운영을 구분해 봐야 한다. 두 나라 모두 본문 조항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합동위원회 합의 같은 운영 장치로 틈을 메워 왔다. 같은 '기소 전 인도'라도 의무인지 재량인지에 따라 체감은 크게 달라진다. 결국 핵심은 재판을 누가 하느냐보다, 수사 초기에 주둔국이 피의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