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며 양쪽에서 에너지 공급이 줄고 있고, 유럽은 가스 저장률이 1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겨울을 맞는다. 유럽이 부족한 가스를 LNG로 메우려 경쟁하면 아시아 현물 가격이 오르고 러시아 정유 차질은 국제 경유값을 밀어 올려, 두 경로 모두 한국 도시가스·경유값으로 번질 수 있다. 유럽 TTF와 아시아 LNG 현물, 국제 경유 가격과 두바이유가 오르면 몇 주 뒤 국내 가격에 압력이 되므로 뉴스 한 건보다 이 지표들의 방향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에너지 시설 공격은 한 방향이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발전소와 송전망을 때리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깊숙한 정유공장을 드론으로 때린다. 두 공격 모두 결과는 같다. 전력과 연료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겨울을 앞둔 이 상황이 유럽을 거쳐 한국 에너지 가격까지 번질 수 있다. 다만 전해지는 경로가 나뉘고, 시차도 있다. 어디를 봐야 하는지부터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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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러시아의 공습은 우크라이나 전력망에 큰 상처를 남겼다. 2월 3일 새벽 공격은 올해 최대 규모로 기록됐고,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키이우 일부가 긴급 정전에 들어갔다. 한때 전력 공급이 수요(15.5GW)보다 2.9GW 부족했다.
변전소가 망가지며 원전까지 출력을 낮춰야 했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 시점의 공습 상황은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올겨울 피해 규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반대쪽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러시아 정유시설을 노린다. 7월 한 달에만 18곳이 타격받았고, 외부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제 능력의 20% 이상이 멈춘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2위 산유국이 휘발유 수입을 논의하는 상황까지 왔다.
러시아는 국내 시장을 지키려 항공유 수출을 11월 말까지 막았고, 경유 수출 금지도 검토 중이다. 러시아가 빠진 만큼 국제 연료 시장은 더 빡빡해진다.
이 긴장이 가장 먼저 쌓이는 곳이 유럽 가스 시장이다. 9월 기준 유럽의 가스 저장률은 1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독일은 겨울 전 저장 목표를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벤치마크인 TTF 가격은 2022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유럽은 부족한 가스를 LNG 수입으로 메워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하반기 TTF를 MWh당 41유로 안팎으로 봤지만, 중동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12월에 100유로를 넘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여기서 한국과 연결된다. 경로는 둘이다. 하나는 LNG다. 유럽이 LNG를 더 사들이면 세계 물량 경쟁이 심해지고, 아시아 현물 가격(JKM)도 밀려 오른다. 한국가스공사도 JKM에 연동된 단기 계약을 쓰고 있어, 이 값이 오르면 도시가스 수입 비용으로 이어진다. 2021년 가을 유럽 가스값이 뛰자 아시아 LNG가 하루 만에 42% 급등한 전례가 있다.
다른 하나는 경유다. 러시아 정유시설이 멈추면 국제 경유 가격이 자극받고, 이는 보통 2~3주 뒤 국내 주유소 경유값에 반영된다.
멀리 떨어진 전쟁이지만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가스 쪽은 유럽 TTF와 아시아 LNG 현물(JKM), 연료 쪽은 국제 경유 가격과 두바이유를 함께 보면 흐름이 보인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이 지표들이 오르면 몇 주 뒤 국내 도시가스와 경유값에 압력으로 돌아온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공격이 잦아들고 유럽 저장률이 회복되면 그 압력도 풀린다. 당장의 뉴스 한 건보다, 이 지표의 방향을 꾸준히 보는 편이 체감 가격을 예측하는 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