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0월 11일 발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에너지 휴전'은 우크라이나가 사흘 만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을 재개하면서 사실상 무너졌다. 휴전 기간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계속 때렸고 공습 자제를 압박한 쪽은 유럽이 아니라 정보 제공 중단까지 거론한 미국이어서 미·우크라이나 갈등과 대서양 균열이 함께 드러났다. 랴잔 정유시설 타격이 러시아 연료 위기에 미칠 영향과 트럼프의 러시아 디젤 거래가 유럽·우크라이나 전략과 충돌하는 지점을 함께 봐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1일 발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에너지 휴전'이 사흘 만에 무너졌다. 우크라이나가 15일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을 재개하면서다. 짧게 끝난 이 휴전을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눠 보면, 왜 이렇게 빨리 깨졌는지가 드러난다.
합의의 내용은 간단했다. 양국이 서로 상대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뒤 우크라이나는 그간 이어온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사흘간 멈췄다.
| 날짜 | 사건 |
|---|---|
| 10월 9일 | 트럼프·푸틴, 러시아 디젤 공급 거래 |
| 10월 11일 | 트럼프 '에너지 휴전' 발표, 우크라 공습 중단 |
| 휴전 기간 | 러시아, 우크라 전력망 공격 지속 |
| 10월 14일 | 젤렌스키 "휴전 끝" (FT 인터뷰) |
| 10월 15일 | 우크라, 랴잔 정유시설 공습 재개 |
문제는 토대가 약했다는 점이다. 이 휴전은 양측이 조건을 함께 문서로 못 박은 합의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가까웠다. 그 사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망에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쏟아부었고, 보도에 따르면 키이우에서만 약 60만 명이 정전을 겪었다. 한쪽이 공격을 멈추지 않는 휴전은 오래가기 어려웠다.

Denniz Futalan
15일 공격받은 곳은 모스크바 남동쪽 랴잔의 정유시설이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소유로, 러시아 전체 정유 처리량의 약 5%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드론 69대와 플라밍고 순항미사일 4발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습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재정을 겨눈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올해 내내 러시아 디젤 생산에 타격을 줘 왔고,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연료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휘발유와 디젤 가격은 연초 대비 약 20% 올랐다. 정유시설은 러시아의 석유 수출, 곧 전쟁 자금줄과 직결된다.
공습을 멈추라고 압박한 쪽을 유럽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미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촉구했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공격을 계속하면 정보 제공을 끊겠다는 뜻과 스타링크 접근 제한까지 거론했다. 앞서 9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디젤 공급 거래를 맺고, 미 재무부가 2027년 4월까지 러시아산 디젤에 대한 제재를 유예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와 디젤 가격을 끌어내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따른다.
유럽의 입장은 정반대에 가깝다.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디젤 거래가 유럽과 새로운 균열을 열었다고 전했다. 유럽은 러시아를 압박하는 우크라이나의 경제 전략을 지지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략이 미국 주유소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본다. 즉 '유럽의 수위 조절 요구'라기보다, 미국은 자제를 요구하고 유럽은 우크라이나 편에 서는 구도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습 재개 의사를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두 정상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미·우크라이나 관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세 쟁점을 겹쳐 보면, 이 휴전은 전쟁을 멈추려는 합의라기보다 선거를 앞둔 미국의 유가 관리와 러시아를 조이려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이 충돌한 지점이었다. 앞으로 볼 대목은 두 가지다. 랴잔 같은 공습이 러시아 연료 수급을 얼마나 더 흔드는지, 그리고 트럼프의 디젤 거래가 유럽·우크라이나와의 거리를 얼마나 더 벌리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