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11월 초 벨기에·스웨덴 등 유럽 여러 나라 슈퍼마켓 냉장 설비가 원격 조작돼 온도가 50도까지 치솟고 식품이 폐기됐다. 공격 통로는 인터넷에 연결된 채 외부 업체가 원격 관리하고 업데이트가 밀린 상업용 냉장 제어 시스템으로, 한국 매장도 같은 구조를 쓰는 한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매장은 제어기의 원격접속과 업데이트·비밀번호를, 소비자는 냉장·냉동식품의 재냉동 흔적과 매장 폐기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

2026년 10월 프랑스에서 수백 개 매장의 냉장 설비가 원격으로 조작돼 식품이 상하고 일부 매장에서는 화재까지 났다. 피해액은 수백만 유로로 추산됐다. 11월 2일에는 공격이 유럽 여러 나라로 번졌다. 스웨덴 쿱(800곳 중 7곳), 벨기에 델하이즈와 까르푸(700곳 중 15곳), 아일랜드 슈퍼밸류 13곳 등 100여 개 매장의 냉장·냉동고 온도가 올랐고, 에스토니아에서는 냉동고가 50도까지 치솟았다.
매장들은 녹은 식품을 판매대에서 걷어내 폐기했다. 벨기에 검찰은 형사 수사에 들어갔고, EU 농업담당 집행위원 크리스토프 한센은 이를 "공급망을 교란하고 소비자 신뢰를 흔들려는 의도적 시도"로 규정했다. 다만 식량 안보 자체가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8월에는 미국 육군·해군 기지 냉동고가 비슷하게 해동 모드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

CIMCO Refrigeration
이번 공격에는 돈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없었다. 보안업체 센티넬원의 톰 헤겔 연구원은 이 점을 들어 금전 목적의 랜섬웨어보다 시설 운영을 방해하는 사보타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부에 노출된 제어판에 접속하는 방식은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아 공격 주체를 가려내기도 어렵다.
배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럽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 확대를 경고하는 상황이지만, 냉장 공격과 직접 연결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수법의 성격을 보여준다.
수법은 단순하다.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 제어기에 접근해 증발기를 성에 제거 모드로 돌리면 내부 온도가 올라간다. 문제는 이런 장비가 공격에 열려 있던 이유다.
브리스톨대 아와이스 라시드 교수는 상업용 냉장 시스템이 원격으로, 그것도 대개 외부 업체가 관리하면서도 필요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안망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그대로 접근 가능한 데다, 상당수는 지원이 끝난 구형 컨트롤러여서 알려진 취약점과 추측하기 쉬운 비밀번호가 방치돼 있었다. 실제로 피해 설비 일부는 덴마크 댄포스의 온도제어 기술을 썼고, 공격자는 구형 시스템의 제어 컴퓨터에 접근했다.
솔직히 말하면, 국내에서 같은 피해가 보고된 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 유통·외식 매장도 글로벌 제조사의 냉장 제어 제품을 쓰고, 유지보수를 외부 업체에 맡기며, 원격으로 장비를 관리한다. 유럽에서 뚫린 통로와 같은 구조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보자.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점검도 있다. 냉장·냉동식품을 살 때 포장이 미지근하지 않은지, 성에나 물기, 다시 언 흔적이 없는지 본다. 아이스크림이 뭉쳐 굳었거나 포장 안에 얼음 결정이 크게 생긴 제품은 한 번 녹았다 다시 언 신호일 수 있다.
매장의 폐기·회수 공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도 함께 확인하면 좋다. 집 냉장고는 냉장 0~5도, 냉동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하고, 상온에 오래 뒀던 냉장식품은 겉이 멀쩡해도 조심하는 게 안전하다. 당장 공황에 빠질 일은 아니지만, 원격으로 켜고 끄는 모든 설비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사건으로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