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흑해 곡물항 타격으로 국제 밀 선물값이 한 달 새 20% 올라 2년 만의 최고를 찍었다. 한국은 흑해산 직수입이 적고 제분업계가 약 6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당장 밀가루값이 뛰지는 않지만, 국제가격 상승은 미국·호주산 수입단가를 통해 시차를 두고 넘어온다. CBOT 밀 선물값과 수입단가, 흑해 사태 지속 기간을 지켜보는 것이 판단 기준이다.
우크라이나가 8월 12~13일 러시아 흑해 최대 곡물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의 터미널과 정박 중인 군함을 타격했다. 12일 위성사진에는 파손된 선박이 잡혔고, 러시아는 세계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보로시스크에서는 곡물 선적이 일시 중단됐고, 오데사항에서는 지난 한 달 사이 상선 30여 척이 피해를 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약 3분의 1을 담당한다. 공급 차질 우려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밀 선물 가격은 1부셸당 7달러대로 올라, 한 달 새 20% 뛰며 약 2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Photo by Franki Chamaki on Unsplash
2022년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가 흑해 항로 자체를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통째로 막혔다. 그해 국제 밀값은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이번은 결이 조금 다르다. 곡물협정이 무너진 게 아니라, 개별 항구와 선박이 공격받아 물류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다만 방향은 같다. 농업 컨설팅업체 소브에콘은 러시아의 8월 밀 수출이 300만~340만 톤에 그쳐, 최근 5년 8월 평균인 500만 톤을 크게 밑돌고 2016~17년 이후 최저가 될 것으로 봤다. 케르치 해협 하나만 해도 러시아 곡물 수출의 25%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이런 물류 요충지가 흔들리면 공급이 줄고,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차이도 분명하다. 2022년에는 항로 봉쇄가 곧바로 '수출 제로'로 이어졌지만, 이번엔 항구를 우회하거나 선적을 재개하면 물량이 부분적으로 돌아온다. 그만큼 가격이 한 방향으로만 튀기보다 사태 전개에 따라 출렁일 여지가 크다.
한국은 밀 자급률이 1% 안팎으로, 먹는 밀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그런데 주로 사 오는 곳은 미국·호주·캐나다다. 흑해산을 직접 들여오는 양은 많지 않아, 러시아 항구가 멈춰도 국내 물량이 곧바로 끊기지는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흑해 공급이 줄어 국제 밀값이 오르면, 우리가 사 오는 미국·호주산 수입단가도 함께 밀려 올라간다. 즉 한국이 받는 충격은 '물량'이 아니라 '값'을 통해 온다. 참고로 2025년 식용 밀 수입 평균 단가는 톤당 297달러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제분업계는 3~4개월치 재고에 계약 물량을 더해 약 6개월치 밀을 확보해 두고 있다. 이미 사둔 밀과 미리 정해둔 계약 가격으로 당분간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제 선물값 급등이 라면·빵·과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국제가격 상승이 실제 장바구니로 넘어올지는 흑해 사태가 몇 달을 끄느냐에 달려 있다. 단기 급등 한 번으로 끝나면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공행진이 길어지면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부터 원가 부담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