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코스피가 3.59% 급락하고 외국인이 1조5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출발점은, 메타·오라클의 대규모 AI 투자 지출을 둘러싼 미국의 수익성 의구심이었다. 반도체 비중이 큰 코스피는 이 불안을 외국인 매도로 증폭해 받아들였고, 중간선거 불확실성과 국채금리 상승이 심리를 더 눌렀다. 반등 여부는 코스피 지수가 아니라 미 빅테크 실적·반도체지수·국채금리라는 해외 지표에서 먼저 드러난다.
11월 3일 코스피는 3.59% 떨어진 5648.79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하루에만 1조5000억원 넘게 팔았고, 이튿날 장중 순매도는 1조8000억원대까지 불었다. 지수는 한때 5441까지 밀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을 주도했지만, 방아쇠는 국내에 있지 않았다. 시작은 미국의 'AI 투자가 과연 돈을 벌어올까'라는 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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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증시를 흔든 건 실적 악화가 아니라 지출 규모였다. 메타는 2026년 설비투자 하단을 1300억달러에서 1350억달러로 올렸는데, 한 분기 설비투자가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서자 "이 돈을 어떻게 대고, 언제 회수하느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보통주와 회사채로 각각 100억달러씩 조달에 나섰고 주가는 하루 6~9% 빠졌다. 나스닥100지수는 10월 초 고점 대비 10% 넘게 밀려 올해 세 번째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핵심은 'AI 수요가 꺾였다'가 아니다. 투자는 폭증하는데 그만큼의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는, 수익성 타이밍에 대한 불안이다.
이 불안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통로는 반도체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쏠려 있어, 미국에서 AI 투자 회의론이 나오면 그 설비투자의 수혜주로 묶인 메모리·반도체주가 먼저 팔린다. 외국인 입장에서 코스피 반도체는 'AI 투자 사이클'을 사고파는 대리 자산에 가깝다. 그래서 전날 밤 엔비디아와 AMD가 반등했는데도, 4일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를 이겨내지 못했다. 미국 반도체 개별주의 하루 등락보다, AI 투자 서사 전체의 신뢰가 수급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두 가지가 더 얹혔다. 하나는 미국 중간선거 개표에 따른 단기 불확실성, 다른 하나는 미 국채금리 상승이다. 금리가 오르면 멀리 있는 미래 이익으로 평가받는 성장주·기술주의 할인율이 높아져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다. 다만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가 이날 급락의 직접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리해 둘 필요가 있다. 선거 불확실성은 결과가 나오면서 걷히는 재료이고, 금리는 더 오래 남는 변수다.
여기서부터는 전망의 영역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올해 2월에도 외국인이 AI 반도체주를 대규모로 판 전례가 있어, 이번이 추세 전환인지 일시 재조정인지는 아직 갈린다. 반론도 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AI 수요가 여전히 빠듯하며 문제는 과잉이 아니라 건설·공급 제약이라고 봤다. 같은 숫자를 두고 '거품의 균열'과 '건강한 숨 고르기'가 맞서는 상태다.
국내 지수만 들여다봐도 답은 안 나온다. 바깥을 봐야 한다. 미국 빅테크의 다음 실적과 설비투자 가이던스에서 투자 대비 수익의 윤곽이 잡히는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와 엔비디아 주가가 바닥을 다지는지,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진정되는지가 코스피 외국인 수급의 선행 신호다. 중간선거로 정책 불확실성이 실제로 해소되는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지도 함께 보면 된다. 이 지표들이 돌아서기 전까지는, 코스피의 반등도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기관이 떠받치는 제한적 흐름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