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조절용으로 티르제파타이드를 맞던 19세 미국 법대생이 부정맥으로 숨졌고, 검시관은 구토에서 시작된 저혈당과 전해질 이상이 기존 심장질환을 악화시킨 것으로 결론 냈다. 이는 약물 자체의 급성 독성이라기보다 구토·탈수 방치와 기저질환이 겹친 연쇄 반응에 가깝다. 국내에서도 이미 쓰이는 약인 만큼, 심장 병력과 병용약, 저용량 시작 여부를 처방 전에 확인하는 것이 실제 위험을 줄이는 지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19세 법대생 조세핀 나스르는 2025년 9월 23일 영국 이스트런던대 기숙사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미국에서 의사 처방을 받아 체중조절 목적으로 비만 치료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를 쓰고 있었다. 사망 전날 저녁 가족에게 메스꺼움과 구토를 호소했고, 언니가 사설 업체를 통한 수액을 주선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검시를 맡은 그레임 어빈 검시관은 2026년 8월 초 사인을 밝혔다. 심장 부정맥이 직접 사인이며, 그 배경으로 티르제파타이드 복용과 관련된 저혈당·전해질 불균형, 그리고 선천성 심장질환을 지목했다.
Photo by Daniel Frank on Unsplash
검시 과정에서 제시된 경로는 단순하지 않다. 약 때문에 생긴 구토가 저혈당을 부르고, 저혈당이 전해질 균형을 무너뜨리며, 이 상태가 원래 갖고 있던 심장질환을 악화시켜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겹쳤다. 나스르는 선천성 심근교를 앓고 있었다. 관상동맥 일부가 심장 근육 안쪽을 지나 혈관이 눌릴 수 있는 질환으로, 평소엔 문제가 없다가 특정 조건에서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또 하나, 그의 체질량지수는 비만이 아니라 과체중 수준이었다. 약의 급성 독성 하나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심한 구토와 탈수를 제때 잡지 못한 상황과 기저질환이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에 동시에 작용하는 성분으로, 한국릴리가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공급한다. 프리필드펜과 퀵팬 제형은 이미 허가받아 쓰이고 있고, 2025년 12월에는 바이알 제형까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적응증도 좁지 않다. 성인 제2형 당뇨의 혈당 조절, 비만 또는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의 만성 체중 관리,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까지 포함한다. 즉 이번 사건은 국내 사용자와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성분을 맞고 있는 사람들이 참고할 사례다.
마운자로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구토 같은 위장관 반응이다. 대개 시간이 지나며 줄지만, 이번처럼 심한 구토가 이어질 때 탈수와 저혈당으로 번지는 흐름을 방치하는 것이 위험하다. 저혈당 위험은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 같은 다른 당뇨약과 함께 쓸 때 특히 커진다. 드물게 췌장염 사례도 보고돼 있다.
용량을 처음부터 높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2.5mg에서 시작해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올린다.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고 몸이 약에 적응할 시간을 주려는 설계다.
이번 사례가 주는 교훈은 '이 약을 맞으면 안 된다'가 아니라, 위험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다. 처방을 고려한다면 다음을 짚어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특히 당뇨 등 기저질환 없이 미용 목적으로 저용량부터 정석대로 쓰는 경우와, 심장 병력이 있거나 다른 당뇨약을 함께 쓰는 경우는 감수하는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후자라면 처방과 초기 관찰을 더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